[데스크칼럼]하야 크리스마스와 촛불민심, 그래서 중요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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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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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지난 24일 박근혜대통령 퇴진 촉구 9차 촛불집회의 별칭은 '하야 크리스마스'였다. 이 말만큼 올 한해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혹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일본 언론들은 해외 10대 뉴스에 박근혜 탄핵을 올렸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발표한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 중 3위는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이었고, 교도통신이 선정한 10대 뉴스에도 박 대통령 탄핵이 포함됐다. 한국의 탄핵 사태와 정국이 북한 핵실험과 함께 해외 10대 뉴스로 선정했다는 것은 일본의 시각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되는 북한 핵실험 못지않게 한국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높은 관심에는 지난 2014년 자국 언론인이 '세월호7시간 의혹' 보도로 핍박(?) 받은 것에 대한 항의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일까? 그네들의 혼네(本音, 본심)가 작용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세월호7시간 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왔을 때 한국 검찰은 해당 기자를 출국금지하는 등 서슬퍼렇게 수사했다. 만일 지금 똑 같은 보도를 했다면 어떤 식으로 검찰은 수사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당시에는 철저하게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수사를 했던 검찰이 아이러하게도 이제 그 칼끝을 박 대통령을 향하며 정반대의 입장에 서있다. 

검찰의 수사태도 마저 바꾼 여론은 촛불민심이 이끌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촛불민심이 바꾼 것은 비단 검잘의 수사 태도나 입장 뿐 아니다. 정치적 계산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고심하던 정치권은 거센 촛불민심에 밀려 탄핵열차를 뒤늦게 출발시켜 가결이라는 중간 경유지에 닿게 했다. 

촛불민심은 이제 다음 기착지인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치닫는다. 헌재의 탄핵심판 속도에 탄력이 붙은 것은 주말이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우는 촛불의 함성도 무시하지 못할 배경일 것이다.

촛불민심은 단순하게 박 대통령의 강제적인 하야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언제라도 잘못된 나라가 될수 있는 현체제를 부수는 것을 종착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촛불민심에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 그리고 통일세대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방송인 김제동씨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를 걸어온 이들은 이제 통일시대를 밀어줘야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말이 주는 울림은 컸다.

촛불집회든 맞불집회든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같은 목적을 내세운다. 민주화와 대한민국의 이익, 즉 국익이다.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같은 대명제를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목적을 이룰 방법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이를 조정해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을 수 있는 영역은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통과제의가 대통령선거가 되겠지만, 그 이전이라도 정치권은 국회라는 정치기제를 제대로 작동시켜 새로 구성될 행정부가 겪을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행시기를 앞당기도록 해야한다. 

국회가 지금 할 일은 각종 집회 등에서 분출되고 있는 현 체제의 부조리와 부정부패 척결 목소리를 어떻게 제도화로 연결시킬 지를 고민해서 새로 들어설 행정부에 제시하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부이지 결코 행정을 직접 할 수 없다. 국회는 제대로 된 행정이 집행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천착해야 한다. 대선 놀음에 대한 집착으로 시간을 보낼 경우 새로운 촛불민심에 정치권은 다시 쉽게 떠내려갈 것이다. 하루속히 투명하고 전망이 가능한 정치 일정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 일정에 따라 잘못된 제도를 선별해 고쳐 나가야한다.

대한민국이 위기라는 외침은 이제 새롭지 않은 명제다.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촛불민심에서 확인된 국민의 저력을 새로운 해결방안 마련으로 치환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다. 그런 차원에서 헌재의 철저하지만 속전속결식의 심판 절차는 백번이라도 옳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짓는 31일에도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맞불집회도 예고돼있다. 올해 일어난 모든 나쁜 일들을 잊고 희망찬 새해를 맞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새해엔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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