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남양유업 갑질에도 '쥐꼬리' 과징금 확정…증거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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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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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과징금 124억원→5억원 재산정 의결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속칭 '밀어내기' 영업을 하다 법적 처벌까지 받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추정됐던 금액보다 대폭 줄어든 과징금을 확정했다.

22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제1소회의는 지난 3일 애초 124억원이었던 남양유업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재산정해 25분의 1수준인 5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과징금 124억원 중 119억원을 취소한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유통기한 임박제품 등을 강제 할당한 시기, 수량, 할당 대리점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한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6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자 전국 대리점을 상대로 허겁지겁 주문수량 등 부당행위를 확인할 수 있는 로그기록 확보에 나섰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량을 떠넘기는 속칭 '밀어내기' 영업을 하다 법적 처벌까지 받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초 추정됐던 금액보다 대폭 줄어든 과징금을 확정했다. [아주경제 DB]


하지만 로그기록이 저장된 대리점의 컴퓨터는 이미 대부분 교체되거나 노후로 고장 난 뒤였다. 공정위는 전국 대리점 2000여 곳의 컴퓨터를 샅샅이 뒤졌지만 15여 곳의 컴퓨터에서 일부 기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과징금 재산정에 이례적으로 1년 가까운 시간이 허비된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을 입증할 로그기록 존재 여부는 지난해 논란이 돼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9월 "남양유업이 전산 발주 프로그램인 '팜스21'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의 피해를 밝혀줄 로그 기록을 복구가 불가능한 형태로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양유업이 2009, 2014, 2015년 세 번에 걸쳐 전산 발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로그 기록을 삭제하고 이를 하드디스크에서 복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을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같은 해 11월 이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고 불기소 처분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관련 로그기록이 사라진 것은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삭제됐거나 대리점 폐업 등의 이유로 컴퓨터가 교체됐기 때문"이라며 "고의로 기록을 삭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에도 남양유업에 대한 과징금 재산정이 결국 법원 판결과 동일하게 확정되면서 공정위는 한발 늦은 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웅 전 남양유업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이 '밀어내기 갑질'에 대한 책임으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관련 기록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정작 과징금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밀어내기 대상 품목의 매출기록, 수량 등이 파악돼야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록을 찾지 못해 매출에 비례해 부과하는 과징금은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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