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권성문 “작은 곳에 큰 덩치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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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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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86)

권성문 한국M&A 창업자(KTB투자증권 회장)[사진=KTB투자증권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작은 곳에 큰 덩치로 들어가야 더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벤처 투자의 귀재’ ‘M&A의 대가’ ‘벤처 업계의 큰손’ 등 온갖 수식어가 붙는 권성문 한국M&A 창업자(KTB네트워크 회장)가 말하는 기업 투자 원칙이다.

5억원 씩 20군데에 투자하는 것 보다 20억원씩 5개 벤처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다. 이렇게 하면 자금 투자도 넉넉할 뿐 아니라 비자금적 관리까지 두루 신경 쓸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기업 인수합병(M&A) 붐이 일기 시작한 1995년 1월, 권 창업자는 M&A 전문 업체인 한국 M&A를 설립했다. 이전까지 삼성물산·럭키투자자문을 거쳐 동부그룹 종합조정실에 근무할 때까지 평범한 셀러리맨에 불과했던 권 창업자는 이후 M&A 시장 판도를 확 바꿨다.

1996년 3월 주식매수를 통해 섬유업체인 영우통상 경영권을 확보한 그는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로 사업구조를 바꾼 뒤 같은 해 9월 조동길 당시 한솔제지 부사장(현 한솔그룹 회장)에게 매각해 6개월 만에 9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M&A 알선 업체가 기업 M&A 주선에 그치지 않고 직접 기업을 인수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처분하는 것을 ‘턴어라운드 방식’이라고 하는데, 영우통상 M&A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턴 어라운드였다.

같은해 11월에는 상장 봉제의류업체인 군자산업을 인수했다. 권 창업자는 사명을 미래와사람으로 바꾸고 정관상 사업목적에 섬유수출에 이어 환경·정보통신·자동차부품·무역·부동산개발·토목건축·주택건설·전기전자·전자파관련사업 등 첨단 또는 유망 사업을 모조리 포함시켰다. ‘한국의 워렌버핏’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그는 미래와사람을 봉제업과 투자업을 같이 하는 ‘버크셔헤더웨이’와 같은 회사로 키우려고 했다.

권 창업자의 M&A 인생 중 최대 승부수는 1999년 2월, 공기업이었던 한국종합기술금융(현 KTB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이다.

1981년 설립된 KTB는 당시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탈이었다. 인수 추진 당시 회사는 1997년 말 현재 총 투·융자잔액이 2조6328억원으로 투자기업 중 29개사가 상장됐고 62개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돼 있었으며 나스닥 상장 미국기업도 5개에 달했다. 3차례에 걸친 유찰 끝에 권 창업자는 미래와사람을 통해 정부소유 지분 10.2%를 93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 1345억원(1998년 현재)의 봉제수출업체가 단 10%의 지분을 인수해 거대 기업의 오너가 됐다.

이로서 권 창업자는 금융업 진출의 꿈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신기술사업 육성·기업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퇴출까지를 총괄하는 종합투자회사 경영자로 발돋움할 전기를 마련했다.

그는 M&A 못지않게 벤처투자로 대박 신화를 일궈냈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옥션과 온라인 취업 사이트인 잡코리아 투자로 100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손에 쥐는 등 한 때 350개가 넘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

수많은 투자 노하우를 익힌 권 창업자도 한국에서는 투자가 쉽지 않다고 한다.

권 창업자는 “유교적 기업문화 때문이겠지만 한국 경영자들은 오너십에 대한 집착이 대단해 M&A에 쉽사리 응하지 않는다"며 "소문은 무성한 데 실제 이뤄진 건 거의 없는 현실이 그러한 정서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 스타트업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최고경영자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오너십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그 때 그 때 회사 성장 단계에 맞는 경영자를 수혈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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