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센인 돌본 '벽안의 천사 수녀' 명예 고흥군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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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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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이 16일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가렛 피사렛(81)수녀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 축하하고 있다.[사진=고흥군]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40여 년간 한센인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헌신한 마리안느 스퇴거(82) 수녀와 마가렛 피사렛(81)수녀가 명예 고흥군민이 됐다. 

고흥군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16일 고흥문화회관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를 비롯 소록도병원 약무사로 활동했던 원불교 김혜심 교무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군은 한정 제작한 기념우표증정패도 함께 전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 고흥명예군민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설영흥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도 기념우표증정패를 수여했다. 

명예군민이 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는 지난 1960년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룩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20대 후반의 나이에 소록도로 들어와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돌보는 삶을 살았다. 

한센인들은 두 수녀를 '할매'로 불렀으며, 두 간호사도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며 사랑과 봉사를 실천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됐다는 편지만을 남긴 채 조용히 소록도를 떠나 아쉬움을 남겼다. 

원불교 김혜심 교무 역시 1970~1980년대 소록도병원에서 약무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금송장학회'를 설립해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진학하지 못한 한센인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한센인들의 복지와 인권향상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설영흥 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대만 국립성공회대 1학년 때인 1963년 전세계 대학생 200여명과 함께 낮에는 오마간척사업과 밤에는 허드렛일을 하면서 소록도 봉사활동을 한 공로다. 

소록도 중앙공원의 구라탑에는 설 부회장을 포함한 대학생 133명의 이름이 새겨져 소록도에서 활동한 봉사정신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명예 군민증은 군정발전에 현저한 공로가 인정된 다른 지역출신 인사에게 수여된 것으로 고흥군의 문화, 관광시설 방문 시 각종 편의제공은 물론 행사 시 정중한 예우로서 초대된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두 분의 할매천사와 김혜심 교무의 고귀한 희생 봉사정신을 기르고자 고흥군의회 의결을 거쳐 명예 군민증을 수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성이 점점 쇠퇴해 가는 요즘 세태에 비추어 봉사정신의 고귀함은 그분들만의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자산"이라며 "지난 100년의 소록도가 애환의 100년이었다면 앞으로는 희망과 치유의 100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흥 소록도에서는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을 기념해 16일부터 18일까지 국제학술심포지엄을 비롯 기념식과 KBS 열린음악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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