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조성진 “롤 모델이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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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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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꿈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연주자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음악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죠.”

만 21세에 불과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는 셋째로 거둔 쾌거다. 예선부터 본선 3차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조성진은 기복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조성진은 “처음엔 콩쿠르 수준을 몰라서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콩쿠르를 대비한 특별한 준비는 없었다. 쇼팽의 음악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연구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해석을 들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콩쿠르 준비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안 쓸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작년 초쯤 휴대폰을 도둑 맞았다.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였다.”며 “저렴한 2G 휴대폰을 사서 8개월동안 사용하고 콩쿠르 끝나고 나서 새 휴대폰을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이 행복한 일이지만 콩쿠르 자체가 목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콩쿠르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조성진은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은 슬프다. 콩쿠르는 내가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어디가 정점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20곡 정도를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어렸을 때는 많은 곡을 배우는 것이 있어 보이고 좋아 보였다.”면서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것이 좋지만 한 곡을 하더라도 깊게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언젠가는 40곡을 할 생각이지만 5년 안에는 힘들 것같다.”고 덧붙였다.

조성진은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일곱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열 살 때부터 피아노에 전념하기로 한 조성진은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 음악춘추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조성진은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함께 배웠는데 바이올린은 서서 연주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그래서 피아노를 선택했다.”며 “콩쿠르에 여러차례 나갔지만 힘든 경험이었다. 긴장과 떨림의 연속이었으나 결과가 좋아서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열 두 살 때 이미 단독으로 금호 영재 콘서트를 진행한 조성진은 열 다섯 살 때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해외 콩쿠르에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및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조성진은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3위를, 2014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조성진이 10대 때부터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본인의 재능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뒷받침이 컸다. 평범한 회사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였던 어머니는 아들의 도전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친척 중 누구도 예술을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부모님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조성진은 “부모님이 음악과 관련된 분이 아닌데도 내가 음악을 좋아하니 뒤에서 많이 도와주셨다”며 “제일 고마운 점은 날 믿어준 것이다. 음악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허락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양친의 믿음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성진의 성장에는 가족의 지원 뿐 아니라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 감독은 현재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과 성추행 논란으로 서울시향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조성진은 “정명훈 선생님과는 2009년에 첫 공연을 하고 스무 번 넘게 협연을 했다”며 “선생님한테 배운 것도 많고, 감사해야 할 분이다. 음악가로서 존경하고 4월의 협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주할 때 조성진의 가장 큰 강점은 차분함이다. 연주 중 변화없는 표정에서 드러나듯 조성진은 기복없는 연주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이에 대해 그는 “작은 연주든 큰 연주든 늘 같은 자세로 임하려고 한다. 음악을 할 때만큼은 진지해지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은 한국에 클래식 열풍을 몰고 왔다. 쇼팽 콩쿠르 실황음반은 첫 발매 후 지난달까지 한국에서만 9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2015년 한국의 가온 앨범 결산차트에서는 50위 중 35위에 올랐는데, 이는 50위권 내 유일한 '비(非) 아이돌' 음반이었다.

지난달 열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역시 성황리에 개최됐다. 당초 오후 8시에만 열릴 예정이었던 공연은 석 달 전 티켓 오픈 50분만에 매진돼 오후 2시 공연이 추가로 편성되기도 했다. 이마저도 티켓 오픈 35분만에 다 팔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조성진은 이같은 한국의 클래식 열풍에 대해 “콩쿠르가 끝나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신기했다. 연주도 생각보다 많이 초청해줘서 놀랍고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다.”면서 “나로 인해 클래식 음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소식이라 기쁘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따로 롤 모델을 정해놓지 않은 조성진이지만, 꿈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하다.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것이다.

조성진은 “롤 모델은 일부러 정해놓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라두 루푸 음악을 좋아하지만,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면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음악을 대할 때만큼은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훌륭한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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