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상근 병협회장 "의료질 향상, 수가인상 없인 힘들어…원격의료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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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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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이 서울 마포 병협회관 회장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인상 없이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민건강 향상은 물론 외국인 환자 유치, 병원의 해외 진출 모두 어려울 것입니다."

박상근(68) 대한병원협회장은 국내 의료가 선진화되고 해외에서 'K-메디(한국의료)'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면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제자리 수가에 병원경영은 악화

현재 우리나라 병원계 경영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2년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발표한 국내 의료기관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3547개 국내 종합병원의 의료수익·의료이익률은 평균 2.3%에 불과하다.

특히 160병상 미만인 중소 종합병원은 5.7% 역신장했다. 이들 병원은 최근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파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14년을 기준으로 의료수익·의료이익률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각각 1.6%와 1.1%, 병원은 4.5%에 그쳤다.

하지만 수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수가는 정부와 의료 공급자, 건강보험 가입자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올해 병원 수가 인상률은 1.4%로 정해졌다. 2011년 1% 이후 최저치다.

앞서 2012년에는 1.7%, 2014년 1.9%, 2015년 1.8%로 2013년(2.2%)을 제외하곤 2%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박 회장은 "양질의 진료를 하려면 의료인의 진료 능력을 높여야 하는데 경영난 때문에 교육 지원 규모가 줄면서 현상 유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세우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도 수가는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투자를 통한 산업화 없이는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없고, 외국인 환자 유치도 요원해진다"며 해외 환자 유치 성적표 역시 수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한국의료의 세계적 브랜드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28만명이었던 외국인 환자를 연내 4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우수 유치 의료기관 평가·지정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접근을 요구했다.

제도 자체는 국내 병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늘어 불필요한 행정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새로운 평가제 도입 대신 기존 병원 평가나 인증제를 적극 활용하거나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아울러 우수 인증 병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중동 등 해외 의료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병원계에 대한 지원책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해외 진출 병원에 대한 세제 혜택과 함께 장기저리 대출 등의 정책금융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 간 협력외교(G2G)를 통한 병원수출 프로젝트 성사, 현지와의 신뢰 있는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이 서울 마포 병협회관 회장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원격의료' 오진 우려…대면진료가 최선

정부는 '원격의료'를 올해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내세웠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대상자는 지난해 5300명에서 올해는 1만200명으로, 참여 병원은 148개에서 278개로 두 배가량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원격의료 확대에 부정적이다. 병원협회 역시 마찬가지다. 박 회장은 "원격의료는 의학적으로 접근해야지 산업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환자가 직접 얼굴을 보면서 하는 대면진료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상의 수단인 데다 원격의료 시설·장비의 의학적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보되지 않아 오진 등의 의료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시범사업 검증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시범 사업은 제도 도입 검토에 필요한 절차 중 하나여서 그 자체로 찬반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추후 원격의료 허용 타당성 검증에서 사회여론 못지않은 비중으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전국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매년 선거철에는 각종 복지공약이 쏟아진다.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 100만원 인하 공약, 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연금 공약 등이 그가 뽑은 대표적인 '복지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 공약이다.

그는 올해 총선에도 이런 공약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 회장은 "올해 총선에서도 제19대 때처럼 무상복지 공약 시리즈가 반복될 수 있다"며 "재원 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내세우는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의 잠재 성장을 좀먹고 기틀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이 서울 마포 병협회관 회장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병문안 문화 개선으로 '제2 메르스' 막아야

지난해 11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선포식'이 열렸다.

병문안 문화 개선은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된 과도한 문병을 줄이고, 신분 확인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병원 입·출입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에서 유난히 메르스 전파가 빨랐던 주된 이유로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단체로 문병을 가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관습과 관행을 꼽았다.

이를 위해 2월 말까지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전국 권역별 선도병원 11곳이 병문안 문화 개선 실천을 다짐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각 지역사회에 올바른 병문안 방법을 널릴 알릴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잘못된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 왔다.

과거 아기가 태어나면 고추나 숯을 단 금줄을 삼칠일까지 대문간에 걸어 놓고, 손님들은 이를 보고 스스로 출입을 삼가고 조심했던 것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겐 문병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인터넷 병문안' 등을 추진해왔다.

박 회장은 "이전과 달리 메르스 사태 이후 병문안 문화 개선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높아졌다"며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고, 환자·문병객 서로에게 병의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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