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성공 스토리]②시대를 지배했던 프로그래머 레이쥔, IT에서 성공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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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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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샤오미 대표, 사진-우한대 홈페이지]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1969년생인 레이쥔은 중국을 뒤흔든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에 유년을 보냈다.

덩샤오핑 등이 주도했던 실용주의적 수정주의에 마오쩌둥이 계급투쟁으로 대립하며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1977년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로 규정되며 마무리됐다. 레이쥔이 당시 중국 10대 명문으로 꼽히던 우한대학교 컴퓨터학과 장학생으로 입학한 것 역시 문화대혁명 이후 다시 불어 닥친 새로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레이쥔은 우한 최고의 명문인 센타오 고등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다. 실제로 레이쥔은 “모든 장학금을 휩쓸었다. 단 하루도 시간이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회고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다. ‘심화 DOS프로그래밍’을 집필,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던 레이쥔은 원고료와 장학금 덕분에 보다 빠르게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

레이쥔의 시작은 프로그래머였다. 우한 전자상가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실력을 쌓던 레이쥔은 훗날 킹소프트의 부회장이 되는 왕촨궈와 함께 암호설정 프로그램 BITLOK0.99 공동개발에 나서게 된다. 불과 2주만에 완성된 이 프로그램은 융여우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여러 유명 기업에서 구매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BITLOK의 성공에 고무된 레이쥔은 왕촨궈와 함께 1990년, 자신의 첫 번째 회사인 싼써를 설립한다. 자금도, 투자로 없이 시작된 싼써의 목표는 중국어 구현 PC카드인 ‘한카’였다. 레이쥔은 나중에 롄방소프트웨어의 CEO가 되는 리루슝까지 합류시키며 의욕을 불태웠지만 싼써는 복제품의 범람으로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문을 닫고 말았다.

레이쥔은 당시를 되돌아보며 “창업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다. 돈과 아이템 없이 열정과 충동으로 창업을 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싼써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레이쥔에게 성공의 기반이 됐다.

레이쥔에게 기회의 손을 내민 사람은 추보쥔이었다. 소프트웨어 기업 진산 공사의 총재인 그는 1997년 도스용 중국어 워드프로세서를 시작으로 1999년에는 윈도용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1989년, 킹소프트에서 PC호환 중국어 워드프로세서 WPS1.0을 선보이며 IT 스타로 떠오른 추보쥔은 1992년 레이쥔에게 킹소프트 합류를 권했다. 이미 WPS1.0을 보고 자신의 한계를 절감했던 레이쥔에게 추보쥔과의 만남은 기회이자 행운이었다. 

입사 후 곧바로 베이징 킹소프트 소프트웨어 개발부의 책임자가 된 레이쥔은 WPS의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며 세계적인 상용 소프트웨어로의 진화를 꿈꿨다. 덕분에 WPS는 중국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BITLOK 개발자를 거쳐 킹소프트에 입사하기까지, 프로그래머로 뛰어난 역량을 보였던 레이쥔은 남들이 일할 때 일하고, 남들이 잘 때도 일하는 고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스스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절은 1987년부터 1996년”이라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성공을 위한 도전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잡을 때, 프로그래밍을 할 때, 이것이 내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레이쥔의 말은 지금도 프로그래머의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어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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