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1곳은 좀비기업...은행들 대출태도·정부자금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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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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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제공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은 빚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좀비기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금융시스템 불안과 경제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인 2만799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이 2009년 8.2%(1851개)에서 지난해 10.6%(2561개)로 늘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를 넘지 못한 곳이고,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5년부터 10년간 2차례 이상 한계기업이었던 곳을 말한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도 이자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4%에서 2014년 14.4%로 2.0%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65.7%에서 73.8%로 8.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했다.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6.6%에서 10.8%로 상승했고 중소기업은 8.5%에서 10.6%로 높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비제조업의 증가 속도가 제조업보다 빨랐다. 비제조업 중에선 운수·건설, 제조업 중에선 조선·철강 업종에서 크게 늘었다.

이들 기업은 수익성은 물론 작년부터 매출 증가율도 감소세(-5.4%)로 전환됐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이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하면서 차입금의존도가 작년 56.3%로 정상기업(24.6%)의 2배를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은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재무상황이 매우 취약함에도 국내 은행 여신 중 55.6%가 만성적 한계기업에 신용등급을 'B등급 이상'을 줬고, 63.7%는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했다. 금융사들의 관대한 태도 탓에 이런 부실기업이 빚을 계속 늘리며 연명했다는 게 한은의 추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이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 은행과 정책금융 관련기관들이 만성적 한계기업에 빌려준 신용공여액이 2011년 22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43조700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기업부채의 문제는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특히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대기업 부채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점"이라며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 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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