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해뜰 날’ 정주영이 애착갖고 부른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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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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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회장 인생을 함께한 노래 ‘18번’ - (하)

정주영 현대중공업 회장(뒷줄 서있는 사람에서 왼쪽으로 두번째)이 지난 1988년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영빈관 앞 잔디밭에서 현장 관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회장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남정렬 보람 사장.[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거야 정말’로 흥이 돋으면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노래는 대개 송대관의 ‘해 뜰 날’이 이어진다.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 안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쨍 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사실 이 노래는 송대관의 노래라기보다는 정 명예회장의 노래다. 그만큼 시련을 극복하고 도전정신으로 점철된 그 자신의 역정을 대변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 명예회장의 자서전적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자신의 지난날을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술기운을 빌어 킬킬대기도 했다.

“더 이상 해가 어떻게 더 떠? 강원도 통천에서 맨몸으로 가출해서 세계적인 기업의 총수까지 됐는데 어떻게 더 해가 떠?”

이외에도 정 명예회장은 서유석의 ‘가는 세월’도 즐겨 불렀다. 이때는 가사 내용이 그렇듯이 노래를 부르는 정 명예회장도, 자리를 같이 한 사람들도 분위기가 다소 숙연해진다. 할 일 많고 의욕 많은 그에게 막지 못하는 가는 세월이 얼마나 야속했으랴.

그때그때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가사 하나 안 틀리고 유창하게 꿰고 있는 정 명예회장을 보고 누군가가 물었다.

정 명예회장은 “서울과 울산을 오가는 차 안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놓고 배운다. 회사의 젊은 식구들과 어울릴 때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거든. 내가 노래를 부르고 흥을 돋아 주면 그들도 직급이나 세대 차이를 떠나 마음을 열고 다가온다. 그래서 열심히 노래를 배운다. 그들과 노래도 하고 어깨동무도 하고 그럴 때가 내게 가장 행복한 때이기도 하고”라고 답했다.

정 명예회장이 가끔 부르는 노래 중 분위기가 아주 다른 노래가 하나 있었다. 미국 민요 ‘메기의 추억’이었다. 한번은 외국 출장지에서 수행 기자들도 참석한 회식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는 보통학교 음악 책에는 안 나오는 미국 노랜데 어떻게 배우셨느냐”고 기자가 질문하자, 정 명예회장은 “사연이 있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6·25 때 식구들은 서울에 두고 피난을 내려가다가 얼마간 대구에서 어떤 집 문간방을 얻어 썼다. 건넌방에도 같은 처지의 어떤 목사님이 대학생인 듯 한 따님과 묵고 있었어. 난리 중에 뭐 할 일이 있었겠어, 전쟁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걱정만 태산이지. 그런데 그 목사님 따님이 이 노래를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데 처음 듣는 노래지만 너무 듣기 좋더라고. 그래서 가르쳐 달라고 졸랐지. 그래서 배웠어.”

따님과의 그 후 관계가 어떻게 됐는 지에 대해 기자들이 계속 질문하자 정 명예회장은 “그 여자는 어엿한 대학생이었는데 촌티가 질질 흐르는 별 볼일 없는 피난길 중년 영감인 내가 감히 언감생심, 턱도 없는 일이었지. 노래 가르쳐 주는 것만도 고마워 감지덕지 열심히 배웠어. 우리 군이 북한군한테 계속 밀리는 바람에 얼마 후 그 부녀도 어디론가 떠났고 나도 부산으로 내려왔지. 그게 다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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