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회식 분위기 띄우러 부른 ‘이거야 정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1-23 08:4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왕 회장 인생을 함께한 노래 ‘18번’ - (상)

 

1984년 경기도 용인 마북연수원에 모인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가족들.[사진=현대차그룹]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 만큼 ‘18번’으로 유명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바쁜 틈을 내어 대중가요를 외우고 배운 뒤 직원들 회식이나 고객사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목청껏 부르곤 했다. 어쩌면 그의 굴곡진 삶은 노래에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14년간 정 명예회장을 보좌했던 박정웅 메이텍 대표(전 전경련 상무)는 정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이봐, 해봤어?: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정주영'에 정 명예회장의 인생에서 함께했던 노래를 잘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책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업무 스타일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단호하다.

동생들은 물론 자식까지도 정 명예회장 앞에서는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으니, 직원들에게는 오죽했을까?

생각했던 것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불호령을 내리기 일쑤였다. 어지간한 일에는 칭찬마저 인색할 정도였다. 때로는 밤잠을 못 자며 일을 해도 만족시킬 수 없을 정도로 일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때문에 정 명예회장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긴장된 자세로, 추호의 실수도 범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그의 스타일은 유능한 인재를 훈련하기 위한 그의 조련사 기질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날마다 직원들을 저승사자처럼 몰아붙였지만 한편으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데에 미안한 마음도 참 많았다. 하지만 경영자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회사가 살고, 회사가 발전하는 것이다. 훗날 회사가 성공과 발전을 거두면 호랑이 사장 밑에서 마음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일부라도 보답할 수가 있다. 하지만 회사가 실패한다면 아무것도 보답할 수가 없다. 이 경우 직원들에게 ‘성격은 좋아도 실패한 사장’으로 남을 것이다.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추억거리가 아닌, 부를 안겨줘야 한다. 그것이 제1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 명예회장이 회식 자리에 나타나면 직원들은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긴다. 이들의 환호는 직장 상사가 회식 자리에 낄 경우 어서 한 잔 하고 가줬으면 하는 마음을 속에 감춘 의례적인 표현이 아니다. 진정으로 정 명예회장의 출현을 반기는 것인데, 바로 정 회장의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 때문이다.

회식 자리라고 해서 언제나 기쁘고 즐거울 수만은 없는 법이어서 때로는 심각한 분위기에서 누군가 성토를 당하기도 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에는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한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이 나타나는 순간, 분위기는 삽시간에 ‘회식’ 고유의 활기와 유쾌함으로 가득 찬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북돋우는 정 명예회장의 첫 번째 메뉴는 대개 노래다. 어떤 자리에서든 마이크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을 만큼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고, 또 그만큼 잘하기도 했다. 미성은 아니지만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정확한 음정과 박자를 맞춰가며 몸을 흔들며 열창한다.

정 명예회장이 즐겨 부르는 18번으로 우선 윤항기의 ‘이거야 정말’을 꼽을 수 있다.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걸 / 봄이 가고 여름 오면 저 바다로 산으로∼ 나 혹시나 만나려는 그 사람이 있을까 /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그룹의 총수 입에서 이런 대중가요가 천연덕스럽게 나오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모두 부담감을 털어 내고 재미있고 흥겨운 분위기를 타게 된다. 거기다 마이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는 단번에 좌중을 휘어잡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면 앞으로 나온 직원들과 마이크를 든 채 어깨동무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른다. 이런 정 명예회장의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저 사람이 우리 호랑이 회장 맞아?” 하고 혀를 찬다.

정 명예회장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데는 활기찬 리듬과 함께 조직에서 직위를 초월한 구성원 간에 속을 털어놓는 소통의 중요성, ‘저 바다로 산으로’라는 진취적 표현이 가사에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