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청운동 주민이 말하는 정주영 회장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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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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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김지나 기자 = “40대 때 이곳(청운동)에서 동네 반장을 했어. 젊은 사람들이 반장하는 거라 해서 맡았는데 그 때 회장님도 우리 반원이었어. 워낙 바쁘신 분인데다가 이름 석 자를 함부러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큰 분이 반상회를 나오실 수 있을까 했는데, 가끔 만나 뵐 수 있었지.”

오는 25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아산(峨山)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그가 말년까지 삶을 살았던 자택이 소재한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는 과거 같은 동네 주민이었던 그를 기억하는 주민들이 지금도 많이 살고 있다. 이홍자씨(71)도 그런 주민들중 한 명이었다. 그들의 추억속에 아산은, 한국경제를 이끄는 거목이 아닌 그저 옆집에 사는 평범한 이웃 가운데 한 명이었다. 아산에 대한 기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30여 년 전의 일을 떠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한 번은 회장님이 우리 반원들을 데리고 울산을 가자고 하시길래 그러겠다고 했지. 몇 명이나 갔는지 기억 안 나는데, 통장, 반장들은 다 가고 또 반에서 가겠다고 하는 주민들이 다 갔어. 가서 조선소(현대중공업)와 자동차 공장(현대자동차)을 구경했지.”라고 전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됐단다. “오랜 만에 가는 구경이니, 주민들은 다들 들뜬 기분에 새 옷을 사서 입고 갔어. 그런데 회장님은 이름도 없는 가디건을 입고 나오신 거야. 너무 부끄러워 우리 모두 입고 있던 옷을 숨겨야했지. 그 분에 비해 없는 사람들인데. 물론 우리 집값도 몇 십억원 가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집에 사는 사람인데도 그랬으니. 죄송하더라고. 회장님은 주민들을 위해 그 바쁜 틈을 내서 함께 하셨어. 그분의 18번이 가수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었는데,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버스에서 부르셨어. 얼마나 재미있었지 몰라. 당시에는 젊은 주부라서 그런지, 그 때 회장님은 이웃집 아저씨같이 소탈하셨어. 그게 40대 일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

정 명예회장은 가끔 주민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가든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이 씨는 “뷔페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한가득 놓고 주민들과 함께 먹으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많이 했지. 회장님은 주로 많이 들어주셨어. 가든파티에 앞서 주민들이 모여 건의 사항을 정해 말씀 드리곤 했는데, 그 때 회장님께 집 앞에 아파트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지. 회장님은 주민들이 원하니 지어주겠다고 했어. 15년 후인 2000년,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1년 전에 현대아파트가 완공됐어. 회장님은 그렇게 약속을 지켜주셨어.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은 원래 판자촌이었는데, 법적으로 개발이 제한된 지구이고, 고도제한으로 4층까지 밖에 못 올리는 지역이었어. 그런데 회장님이 밀어붙여 더 높은 층수로 올릴 수 있었어. 우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야”라고 말했다.

자택을 구경했던 기억도 들려줬다. “파티 중에 집안 구경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들어가 보니 너무 검소했어. 또 다시 부끄럽더라고. 우리 집에 있는 건 다 감춰야 할 것 같았지. (회장님 내외는) 사치에 ‘사’자도 모르시는 분이었던 것 같아. 밖에서 보기에는 집이 으리으리한데 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어. 검소하셨지. 밖에서 큰일하시는 분이 안에서는 이러시는구나. 많은 걸 배웠어.”

이 씨는 매일 출근하는 정 명예회장의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그분은 여기서 계동 현대사옥까지 걸어가셨어. 겨울에는 모자 쓰고, 장갑 끼고 경호원 2명을 대동해서 새벽에 거기까지 걸어가셨지.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현대사옥 내에 있는 수영장을 걸어다녔어, 한 30분 정도 걸렸는데. 회장님처럼 남들 안 일어 날 때, 겨울엔 어둑어둑할 때 걸어갔어. 지금도 출근하시는 회장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해”라며 정 명예회장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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