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경계를 허무는 노장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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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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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단색화 거장 하종현 개인전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걸린 하종현 작가의 작품들. [사진=조가연 기자]


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위로하는 것도 같고 도발하는 것도 같다. 화려하지 않으나 절대 평범하지도 않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하종현의 작품을 보며 처음 느낀 감정이 그랬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단색화는 어디에 걸려도 어울려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50여 년에 걸친 하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다. 그중에서도 1974년에 시작된 '접합(Conjunction)' 연작은 하 작가의 실험 정신을 대표한다.

신체와 물질, 물질과 물질 간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그의 '접합' 연작은 올이 성긴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유화물감을 밀어 넣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탄생됐다. 
 

하종현 작가의 연작 '접합'. [사진=조가연 기자]


캔버스의 앞과 뒤, 그 경계를 허물며 '그림은 앞면에 그리는 것'은 기존의 회화적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물질과의 대화', '물질과의 접합'을 꿈꿨던 작가의 마음도 담아낸다.

마음 깊이 숨겨뒀던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머리를 치드는 듯하다. 천의 성긴 틈 사이를 뚫고 나온 유화 물감은 작가의 마티에르(matiere) 기법과 만나 입체감을 높인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이따금 사선으로 묵직하게 밀어낸 물감은 파도를 치며 캔버스를 채운다. '서서 또는 누워서 온몸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하 작가의 몸짓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강렬한 질감과 흐름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흰 캔버스 대신 고집한 마대는 한국의 삶을 대변한다. 1935년생인 하 작가는 광복과 한국전쟁, 분단과 산업화의 시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세대다. 비(非) 미술적이고 비(非)전통적인 소재인 마대 보는 이에게 배고프고 암울했던 시절의 고통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한국과 우리 전통에 대한 애정이 전시장 곳곳에서 느껴진다. 갤러리 측은 "하종현 선생은 유화물감도 거의 만들어 사용하고 흰색은 '도자색'으로 검정은 '기와색'으로 부른다"며 귀띔해준다.

여든이 넘었지만 "우리 세대는 일하는 게 일상"이라며 새로운 작품들을 내놓은 그의 모습에서 앞세대의 열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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