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 "일본이 조국" 발언에 비난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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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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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리덩후이(李登輝·92) 전 대만 총통이 일본을 '조국'이라고 칭하며 일본측 주장대로 "군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말한데 대해 대만과 중국에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리 전 총통은 최근 일본의 극우 월간지 보이스(Voice)와 인터뷰에서 "70년전 2차대전 시기에 대만인들은 일본인의 정체성을 갖고 조국을 위해 싸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대만 언론이 23일 전했다. 자신의 형과 함께 일본군에 자원 입대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히기도 했던 리 전 총통은 "당시 대만과 일본은 한 나라였기 때문에 대만이 일본에 항거해 전쟁에 나섰다는 것도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마잉주(馬英九) 현 총통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일련의 행사에 대해서도 "일본을 당혹케 하고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일본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된 일"이라며 "결코 중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리 전 총통의 발언이 알려지자 대만과 중국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마 총통은 "12년간이나 대만 총통을 지내고 여전히 전직 총통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대만을 팔아넘기고 국민을 수치스럽게 만들며 자신을 천하게 만드는 그런 친일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대만 정치권에서는 리 전 총통에 대해 전직 총통으로서 예우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 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종결됐다는 리 전 총통의 발언에 대해서도 "최근에 나온 영화 '갈대의 노래'(蘆葦之歌)를 한번 가서 보기를 권한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는 위안부에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 국민당의 대선(총통선거) 후보로 지명된 훙슈주(洪秀柱) 입법원 부원장도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이라며 "수년전 리 전 총통을 국민당에서 축출할 것을 요구했던 나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리 전 총통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국민당 주석을 지내다 총통직 퇴임 이후 다른 정당의 급진 독립파 총통후보를 지지했다가 국민당 출당 처분을 받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항일전쟁 시기 대만도 강렬한 민족감정으로 항일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수십만 동포가 생명을 잃고 피를 흘렸다"며 "이같은 황당한 발언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일본 군국주의 침략을 옹호하며 인류의 도덕가치에 도전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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