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출신 사외이사 '귀하신 몸'… 관피아·정피아보다 금융인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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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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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사들이 앞다퉈 금융인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관피아(관료 마피아)·정피아(정치 마피아) 등 관료 및 정치인들이 주로 차지하던 자리를 금융인들이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이 재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금융당국이 그동안 낙하산·보은 인사라고 지적받던 사외이사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CEO(최고경영자)급 인사들의 사외이사 영입을 통해 다른 회사의 경영전략과 경쟁력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다분히 깔려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보험사 등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이 전직 금융인 출신들을 잇따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한국은행 부총재를 지낸 박철 전 리딩투자증권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삼성생명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이외에도 금융권에 금융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사외이사 가운데 3분의 2 가량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경우 포스코가 경제인총연합회(경총) 회장 내정자인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도 삼호중공업 사외이사로 간다.

이같은 움직임의 단초는 금융당국이 제공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 체계 개선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동안 금융사 사외이사에 관피아·정피아 등로 불리는 낙하산 인사들이 주로 선임되면서 전문성보다는 보은 인사 및 로비스트 영입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이사회 및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보상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에는 금융·재무 분야에서 종사한 경험자를 1인 이상 포함되도록 했다. 이에 현재 금융사 사외이사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교수, 연구원, 공무원 출신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기존 사외이사 후보군에서 눈을 돌려 능력있는 금융인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사외이사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어 최근에는 금융인 출신을 영입하고 있다"면서 "능력이 검증된 인재풀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사로서는 최근 저금리·저수익 기조가 계속되면서 경쟁사 또는 비은행권의 CEO급 전문가를 영입해 경쟁력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매력이다. 앞서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국내 은행권 문화에서 최대 경쟁업체의 CEO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일종의 파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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