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롤드&모드' 강하늘, '미생'으로 떴다고 변할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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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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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해롤드&모드'[사진제공=샘컴퍼니]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열매 많은 가지는 밑으로 쳐지기 마련이다. 자신감있는 사람들은 겸손하고, 겸손 없는 권력은 위험하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의 역량과 위치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은 탐내지 말아야 한다. 

겸손은 대중이 배우에게 바라는 첫 번째 덕목이다. 훤칠하고 훈훈한 외모와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줄 아는 연기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하지 않은 배우는 결국 외면받는다. 대중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배우가 되는 바른 길이다. 

데뷔 이래 가장 높은 곳에 있는데도 자만하지 않는 배우가 있다. 2007년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 방송 중인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으로 정점을 찍은 배우 강하늘(24)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쎄시봉'부터 '순수의 시대', '스물'까지 개봉을 앞둔 작품이 줄을 서 있는데도 굳이 연극 무대를 고집했다. '미생'으로 받은 사랑을 갚기 위한 매개체로 연극 무대를 선택한 것이다. 강하늘이 태어나고 자란 곳, 바로 무대다.

내년 1월 9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해롤드&모드'에서 19세 소년 해롤드 역을 맡았다.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범상치 않은 러브 스토리를 그린 '해롤드&모드'는 두달 동안 공연되는데, 강하늘은 한 회도 빠짐없이 출연한다. 강하늘이기에 소화 가능한 살인적 스케줄이다.
 

강하늘 '해롤드&모드'[사진제공=샘컴퍼니]

# '미생' 후 연극행, 이유있는 선택

강하늘에게 '무대'란 갈증 그 이상의 것이었다. 뮤지컬 '쓰릴미'와 '스프링 어웨이크닝',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메리포핀스', '어쌔신'을 이어오면서 무대의 매력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투윅스', '엔젤아이즈'를 거쳐오면서 다져인 연기력이 '미생'을 만나 폭발하면서 그동안의 무명의 설움을 단숨에 떨쳐냈지만 무대에서 맛 본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다. 주의의 만류에도 '해롤드&모드'를 선택한 이유다.

"드라마나 영화는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많이 필요해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연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순발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많이 되겠죠. 그런데 근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떨어지는 걸 느껴요. 이상태로 가다가는 밑천이 드러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욕심인 걸 알면서도 '해롤드&모드'를 선택했어요. 제 부족함을 메꾸는 작업이 될 것 같아서 기대되요."

"희열까지는 아니에요. 그냥 제가 연극 무대를 계속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희열 비슷한 감정인 것 같기는 한데 희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느낌이 뭔지는 알아요. 배가 너무 아픈데 화장실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을때 그 느낌이랄까요. 가슴 속에서 뭔가 간질간질한 그런게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마약이죠."

강하늘은 활동 반경을 연극 무대에서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옮긴 이유로 '연극'을 꼽았다.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는 것, 그것이 연극과 뮤지컬로 대중의 관심을 옮겨오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막을 올렸는데 관객이 없어어 빨리 막을 내리는 공연이 종종 있어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건 매체였죠. 제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지는 거요. 그러면 '내가 이런 좋은 작품을 선택했으니 와서 봐달라'고 하기가 수월하잖아요. 저를 통해서 더 좋은 작품, 더 좋은 선배와 후배를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건방질수도 있지만, 제가 지금 연극을 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가져 주시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해롤드&모드' 박정자 강하늘[사진제공=샘컴퍼니]

# 떴다고 변할쏘냐

강하늘의 하루는 48시간이라도 모자란다. '미생' 촬영이 매일같이 이어지고 있고, 촬영 짬짬히 '해롤드&모드' 연습에 참여해야한다. 방송 종영 후에는 밀린 인터뷰와 화보 촬영, 광고 촬영 등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강하늘의 2014년은 그렇게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스케줄이요? 소화라는 단어가 무색해요.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냥 무작정 다 하고 있다고 보면 되요. 이 타이밍에 연극을 한다는 게 굉장한 욕심일수도 있는데, 한 템포만 쉬었다가 하자는 생각이 안들어요. '미생' 팀들은 종영 후 포상휴가를 떠난다는데 저는 '해롤드&모드' 연습 때문에 못 가요. 연습하지 말고 오라고 하시던 이성민 선배님도 '박정자 선생님과 같이 한다'고 하니까 더이상 별 말씀 안하시더라고요. 하하."

빈틈없이 완벽한 스펙과 능력으로 부족한 것 없어보이지만 장그래(임시완)를 향한 시기와 질투로 가득찬 장백기. 그리고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통해 치유받는 죽음을 동경하는 19세 소년 해롤드. 강하늘은 달라도 너무 다른 극과 극의 캐릭터 장백기와 해롤드를 오가고 있다.

"사실 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한다는 게 힘든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연극 연습실에 들어가기 전에 기도해요. '장백기가 툭 튀어나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요. 해롤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어쩔 수 없이 툭툭 튀어나오기는 하더라고요. 하하."

강하늘은 '미생'으로 인기를 얻은 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다. 인터뷰 당일에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 대신 버스를 선택했다. 불편할 것 같지만 마음만 바꾸면 불편할 게 전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요? 못 알아봐요. 얼마나 싸고 좋은데요.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같이 사진도 찍어요. 재미있어요. 친구들은 이런 저보고 불편하게 산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까지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김우빈 씨가 뭐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안 즐긴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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