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도 엔화 약세…한국 기업들 근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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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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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엔화 약세가 계속돼 수익성이 악화되고 수출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입게 된 한국 기업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도 경기를 이끌어 오던 수출이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105엔대 이하에서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106엔대 후반까지 상승하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일본의 경제지표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후 예상보다 악화하자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완화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의 엔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영향도 있다.

엔화 약세 현상은 상당기간 더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엔·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엔 재정환율도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9월 초 100엔당 963원대까지 떨어지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저점을 찍는 등 계속 970원대를 맴도는 중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엔저 현상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엔저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더욱 엔저가 심화하면서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수익성 저하로,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은 일본 제품에 비한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최근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 일본 수출기업 중 92.6%가 엔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일본의 수입 수요 감소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A사는 연간 200만∼300만 달러의 수산물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작년부터 엔화 약세와 일본 현지 수산물 수요 둔화로 신규 주문이 급격히 감소해 손해를 입었다. 동남아시아 등 신규 거래선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일본이 아닌 제3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대일 수출기업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선박과 기계류,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은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B 중소기업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으로 연간 약 300만 달러의 정유 관련 기계류를 수출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수출국 경기 둔화와 더불어 엔저 영향으로 수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 중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기업이 수출 가격을 소폭만 인하했으나 엔저 현상이 심화하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세계 경기가 둔화해 전체적인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엔저가 겹치면서 국내 기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중소 수출기업은 생존을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이 아주 강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조선 등 산업분야에서 대기업도 적자로 돌아서는 등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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