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800원?'…엔저공포에 수출전선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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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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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


아주경제 박선미·홍성환 기자 = 원·엔 환율의 수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당분간 900원대 고착이 불가피한데다 내년에 엔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수출 전선에 또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이달 들어 3거래일째 100엔당 970원을 밑돌고 있다. 원화와 엔화는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달러 대비 상대적 가치를 따진다.

이같은 하락세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 원화 절상 추세가 겹쳤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으로 조기 금리 인상설이 부각되면서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고,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는 거시안정성과 적극적인 경기부양 움직임에 값어치도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엔저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일본에 밀려 수출이 감소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화당국 역시 엔화 약세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추가 약세가 나타나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이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했다. 주로 자동차와 철강·조선산업 등이 일본 기업과 경합한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까지는 일본 수출기업이 엔 약세를 수출단가에 본격적으로 반영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상당히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호전된 수익성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든가 본격적인 단가 인하 등 가격 경쟁에 나서면 (우리)수출에 상당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감소하는 경우 총수출은 약 0.92% 감소했다. 특히 철강·석유화학·기계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더욱 확대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차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도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외의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 엔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또 일본의 경제 지표가 최근 부실하게 나오면서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엔저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엔저 공포'를 없앨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허진욱 연구원은 "기업이 환율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품의 기술력 제고 및 마케팅 강화 등 비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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