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취임] 재계 “사내유보금 과세는 사실상 사유재산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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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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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취임하면서 '가계와 기업에 돈을 풀어 경제의 성장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한데 대해 재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돈을 푸는 방법에 있어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임금, 배당 등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발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면서 강제적으로 추진할 생각은 없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과세나 인센티브(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사내유보금에 대한 소모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배당성향이나 투자를 보면 기업의 사내 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이미 공론화된 사내유보금에 대해 인센티브보다 과세쪽으로 무게를 두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지난 1991년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한데다 이중과세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조차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폐지를 권고해 도입 10년만인 2001년도에 폐지된 바 있다.

과세 제도는 폐지됐지만 정치 및 사회단체들은 기업들이 고용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임금 상승, 국내 투자 증가 등의 문제는 등한시 한 채 곳간에 현금만 쌓아놓고 있다는 비난을 지속해왔다. 특히 일각에서는 사내유보금이 재벌 총수의 ‘쌈짓돈’이라고 폄하하며, 기업의 도덕성과 연계하기도 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경제수장인 최 부총리가 다시 꺼낸 데 대해 재계는 적잖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지식경제부 장관(현 산업통상자원부)을 역임하는 등 친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최 부총리가 취임과 동시에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 사내유보금은 법인세 납부는 물론, 주주 배당을 완료한 뒤 남은 이른바 ‘이익잉여금’이다. 기업은 정부나 공공기관처럼 손익계산서상 수입과 지출을 똑같이 할 수 없다. 조세납부의 의무를 마친 기업의 손에 남은 사내유보금에 추가로 과세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나 다름없다.

특히 기업은 수시로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실탄’이 필요하다. 개인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저축이나 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게 된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발언은 자칫 '사내유보금은 기업에 쌓아둔 쌈짓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기업의 투자재원을 고갈시켜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더 중요한 정책 목표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유경제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사내유보금 과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긴급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사유재산 몰수 성격이 강하다”며 “사내유보금 과세는 이중과세,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 국부유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복지국가라는 허울을 좇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치의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내유보금 과세의 기본 시각은 사내유보금을 남는 돈으로 보는 것인데, 실상 사내유보금은 미래에 사용할 돈이지, 남는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사내유보금은 최고경영자(CEO)가 일방적으로 통장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아닌 상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사용이 유보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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