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강남 스타일? 건설사는 ‘강남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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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2-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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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본사 둔 건설사 줄줄이 위기… 속속 탈 강남

서울 강남 지역에 본사를 둔 건설사들이 위기를 겪는 '강남 징크스'가 화제다. 사진은 지난 10월 판교신도시로 이전한 우림건설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 최근 두산건설이 10대 1 감자 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을 계기로 서울 강남(강남·서초·송파구 등) 지역에 사옥을 둔 건설사들의 '강남 징크스'가 화제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까지 건설·부동산 호황기와 맞물려 잇따라 강남권에 사옥을 짓고 둥지를 튼 건설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탈 강남' 행렬에 줄줄이 동참하는 추세다.

지난달 대규모 감자와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게 된 두산건설은 강남구 논현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10월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을 1700억원에 매각해 현금 마련에 나선 동부건설은 강남구 대치동, 올해 누적 적자만 1조원 규모인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까지 강남구 도곡·대치동에 각각 본사가 있었다. 송파구 신천동에 본사를 둔 쌍용건설은 지난해 잇따른 인수합병 무산으로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 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 강남권 소재 건설사들은 경비 절감과 현금 마련 등의 이유로 줄줄이 강남을 떠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신성건설은 본사를 구로구 구로동 에이스하이엔드타워 2차로 이전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41위에까지 올라갔던 중견 건설사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 본격 경영 정상화에 앞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우림건설은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경매를 통해 팔고 지난 10월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보유한 우림 W-City로 이전했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던 우림건설은 지난해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강남구 역삼동에 적을 두고 있던 LIG건설이 강동구 성내동으로 사옥을 옮겼다.

앞서 2011년 남광토건은 2005년 강남구 역삼동에서 청담동으로 사옥을 옮긴 지 약 6년 만에 경비 절감 차원에서 강동구 길동으로 이전했다. 지난 4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풍림산업은 지난해 강남구 역삼동 사옥을 매각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중견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의 강남 엑소더스도 줄을 잇는 추세다.

지난해 시공순위 8위의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12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용산구 한강로동 아이파크몰로 둥지를 옮겼다.

동부건설(23위)은 지난달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아스테리움 서울로 본사를 옮겨 강북 시대를 맞았다. 두산건설(12위)도 올 3월 논현동 사옥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후 해당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강남 지역 건설사들의 잇따른 위기와 이전은 몇 년 전 회자됐던 '사옥 괴담'을 새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사옥 괴담이란 건설사들이 사옥을 보유하면 부도위기를 맞게 된다는 속설이다.

월드건설·우림건설 등 적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은 부동산 호황기이던 2000년대 중반 강남권 소재 오피스빌딩을 사들여 사옥으로 삼았다. 이들 사옥은 이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잇따라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처리 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법정관리 중 강남지역 본사를 이전한 A건설사의 직원은 "유동성 위기도 있지만 지방업체에 공공공사 수주 기회를 넓힌 정부 방침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동한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면서도 "송도에 뿌리를 내리게 된 포스코건설 등을 제외하고는 이전에 대한 실익도 크게 없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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