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금소연의 불편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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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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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연맹이 최근 잇따라 마찰을 빚으면서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취급 상품과 업계 특성이 다른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70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말 각각 다른 이유로 금소연과 대립각을 세웠다.

생보사와 금소연 간의 다툼은 금소연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1년 좋은 생명보험회사 순위’에서 비롯됐다.

금소연은 당초 국내 22개 생보사의 올 3월 말 결산 경영공시 자료를 규모 20%, 건전성 30%, 안정성 30%, 수익성 20% 등 총 4개 부문, 13개 세부 항목으로 평가해 순위를 공개했다.

그러나 자료 분석 담당자가 총 6389억원인 교보생명의 2010 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을 638억원으로 잘못 입력해 순위를 산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금소연은 이날 순위표와 함께 전년 종합 5위를 차지했던 교보생명의 순위가 안정성과 수익성 악화에 따라 9위로 하락했다고 설명했지만 수치상의 오류가 확인되면서 전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보생명은 즉각 “금소연이 발표한 생보사 순위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다”며 “금융소비자연맹 측에서도 실수를 인정했고 이미 금소연 홈페이지 상에서 해당 보도자료를 삭제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금소연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 없이 이튼 날 정정자료를 게재하는 선에서 사후조치를 마무리했다.

소비자들이 이미 홈페이지 자료나 기사를 통해 잘못된 순위나 수치를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별도의 해명 없이 잘못된 부분만 일부 수정해 올렸다.

문제는 첫 번째 정정자료 역시 각 생보사의 실적 데이터가 바르게 입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소연은 수익성 평가항목 중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위험보험료대 사망보험금 비율, 총자산 수익율, 자기자본 수익율 등 나머지 세 항목을 각 회사의 순위 변동에 맞게 고치지 않아 이 부문 3위 푸르덴셜생명부터 9위 AIA생명까지의 수치가 모두 잘못 기재돼 있었다.

금소연은 뒤늦게 두 번째 자료 수정작업을 거쳐 현재 공개한 순위표에는 모든 수치가 정상적으로 기재된 상태다.

이 밖에 지급여력비율 등 외국계 보험사에 유리한 평가 부문에 큰 비중을 둬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여전한 문제점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26~28일 전국에 걸쳐 많은 비를 뿌린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 신고 건수가 늘면서 보상 처리를 놓고 이견 차를 보였다.

손보사들은 이 기간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가입한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경우 가입 보험사에 연락하면 차량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단, 주차 금지구역을 주차한 차량과 경찰 통제구역에 진입한 차량, 창문과 선루프를 열어 놓은 차량 등을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소연은 현재 이 같은 제외 대상을 없애고 모든 침수 피해 차량에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갑작스런 비에 피해를 입은 보험 가입자들이 불법 주차구역에 차를 댔다고 해서 보상을 거부하거나, 피해 당시의 상황을 일일이 증명토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금소연의 입장이다.

보험업계와 금소연의 이 같은 반목은 금소연이 보험소비자연맹이던 시절부터 자주 발생했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는 금소연이 비영리단체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소비자들의 권익이 아닌 자신들의 권익을 추구하는 데만 혈안이 됐다며 더 이상 귀를 열지 않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소연 역시 자본의 논리에 따라 더 많은 상품 판매, 더 높은 수익률에만 치중하는 일부 보험사들로 인해 침해된 소비자들이 권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업계와 시장구조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소비자단체들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호 보완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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