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생트집> 관객 많으면 웰메이드…"아니죠"

  • <김재범의 생트집> 관객 많으면 웰메이드…"아니죠"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또 다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퍼지고 있다.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심형래 감독으로선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이미 3년 전 야심작 ‘디 워’가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이번 ‘라스트 갓파더’가 ‘디 워’와는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그동안 심 감독이 강박적으로 고집해온 ‘괴수’ 대신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영구’가 방향타를 쥐고 길잡이로 나섰다. 장르도 코미디다. 영화 ‘대부’와 ‘로미와의 줄리엣’을 적절히 뒤섞은 스토리에 영구가 끼어들었다. 색다른 맛을 낼 듯하다.

 

하지만 논란은 재연됐다. ‘심형래’란 이름에 원천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일부의 시선이 또 다시 터져 나왔고, 반대로 그의 이름에 맹목적 찬성을 외치는 이들도 들고 일어섰다.

 

우선 기자 역시 ‘라스트 갓파더’에 호의적인 시선을 갖지 않은 쪽 중 하나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 판단되고 언급돼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을 먼저 밝힌다. 개인적 관점에 따라 적절한 여과를 통해 재미와 작품성도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기자 역시 사람이다. 단지 ‘심형래’이기에 일부 네티즌들의 바람처럼 ‘재미없음’을 ‘재미있음’으로 왜곡할 순 없다.

 

앞서 보도한 내용과 같이 ‘라스트 갓파더’는 재미의 개념을 떠나 상업 영화로서의 자격 상실에 가까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상업 영화란 대중의 취향과 코드를 전제한 상품성을 지녀야 한다. 즉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만족감을 줘야한다. 물론 만족감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는 문자 그대로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트 갓파더’에 불편한 시각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방 속에 창작’이 아닌 ‘모방 속에 흉내’란 점이다.

 

심 감독은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90% 이상(그가 출연하고 연출을 맡은 영화가 100여 편에 가깝다고 한다. 아쉽게도 기자는 다 섭렵하지는 못했다)이 소재에만 집착됐단 점이다.

 

내용물이 아닌 겉포장에만 신경을 섰다는 말이다. ‘라스트 갓파더’의 경우 할리우드의 명배우 하비 케이틀이 출연했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시나리오 역시 현역 할리우드 작가의 감수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7080세대의 추억 ‘영구’가 등장한다. 문제는 내용물이 이게 전부란 점이다.

 

이 같은 소재가 엮어낸 스토리가 전혀 없다. 굳이 스토리라 한다면 영구의 ‘넘어지고, 쓰러지고, 자빠지고’에 한․미간의 관계(쇠고기 대사)를 적절히 묘사하는 등의 심 감독 애드리브가 전부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구의 원맨쇼에 의지한 스토리 라인은 70대 류머티즘 환자가 마라톤에 출전한 것처럼 뒤틀거린다. 차라리 하비 케이틀이 ‘영구’의 땜통 가발을 쓰고 나왔다면 ‘황당한’ 재미라도 있었지 않았을까.

 

영구에 의한, 영구를 위한, 영구의 영화로 만들어진 태생적 한계가 ‘라스트 갓파더’엔 담겼다고 밖에 볼 수 없다. 80년대 유행코드로 21세기에 웃음을 강요한다면 억지에 가까운 행위다.

 

KBS의 대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달인’ 코너를 예로 들자. 지난 추석 명절 당시 10여개의 에피소드를 이어 붙여 달인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된 바 있다. 큰 인기를 끌었다.

 

만약 2~3분에 불과한 ‘달인’ 에피소드 하나를 100분짜리 풀타임 스토리로 꾸민다면 어떨까. ‘라스트 갓파더’의 문제를 여기에 결부시킨 것 자체가 지나친 과대망상 해석일까. 개인적 바람이겠지만 적어도 기자는 분명 이렇게 느꼈다. 단지 영구의 슬랩스틱에 영화는 온몸을 의지한 것 밖에 없다.

 

맹목적 애국심을 자극한 그의 발언도 자꾸만 영화가 아닌 “결국 심형래잖아”를 부추긴다.

 

‘디 워’ 논란 당시를 보자. “이무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소재”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방송에 나와선 “할리우드의 명배우 로버트 포스터가 ‘코리안 레전드’란 영화의 첫 대사를 할 때 눈물이 났다”며 자신의 도전 정신을 간접적으로 선전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생뚱맞게도 아리랑이 흘러나오고, 일부 그의 팬은 ‘눈물이 났다’며 감동의 표현을 전했다.

 

이번 ‘라스트 갓파더’도 비슷하다. “비행기를 타면 관객들이 찰리 채플린이나 미스터 빈의 영화를 본다. 우리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또 다른 도전의 의미를 부여한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저런 것은 우리도 있다” 식의 심 감독 특유의 발언은 흡사 “개그맨 출신인 나도 하는데 충무로 영화계 너희들은 왜 못하느냐”로도 들린다. “내가 했다”는 식의 애국심을 자극한 그의 발언이 충분한 결과물로 나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매번 함량 미달 수준에 그쳐왔다.

 

다만 ‘라스트 갓파더’는 ‘디 워’ 보다 매끄러워진 촬영과 편집 음악 등을 합격점을 줄 만 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라스트 갓파더’의 전체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할리우드 시장 공략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그의 모습도 마이너스다. 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과 발언은 없었다. 하지만 ‘용가리’ 이후 ‘디 워’와 ‘라스트 갓파더’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할리우드를 무형의 적으로 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바타’가 나오기 3년 전 이미 3D 영화를 기획했었다”며 호언했다. 전 세계가 ‘쥬라기 공원’에 열광할 당시 그는 서둘러 ‘티라노의 발톱’을 기획했고, 이어 애니메이션 기법을 동원해 ‘용가리’를 완성했다. ‘반지의 제왕’이 세계 영화계를 강타하자 ‘디 워’를 들고 왔으며,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자 자신의 장기인 코미디(라스트 갓파더)로 돌아섰다.

 

‘라스트 갓파더’를 제외한 두 작품이 속 빈 강정 취급을 받았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그랬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고 평가를 내려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심형래 감독 ‘안티’를 자처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가 내놓는 작품마다 때깔 좋은 포장 속에 숨겨진 조잡한 장난감을 마치 “‘메이드 인 코리아’가 바로 애국”이라며 주장하는 인상이 거북스러울 뿐이다.

 

영화는 상품이다. 내실을 다지고 문제점을 찾아 자기반성을 할 줄 아는 자세가 분명 필요하다. 모방을 위한 모방이 아닌 창조를 위한 모방이 필요하다. 이 점을 심 감독님께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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