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으로 확인된 아시아의 변화와 우리의 진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11-26 08:3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이종찬 한국선진화포럼 이사
오바마 대통령의 순방으로 확인된 아시아의 변화와 우리의 진로

이종찬 한국선진화포럼 이사, 前 국정원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박 7일간 번개같이 아시아 4개국을 돌며 정상들과 회담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방문의 성과에 대하여 언론들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의 미숙함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아시아가 변한 것이다. 전통적인 우방인 일본도 이제는 독자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2~3년 전과 확실히 달라졌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변화(change)를 외치고도 아시아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은 부시 전임대통령이 일으킨 인기 없는 전쟁에 휘말려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은 앉아서 주머니가 털렸다. 공산권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은 그야말로 세계의 '보스'로 자타가 인정했는데 그 결과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래서 아시아 사람들의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세계적 경제 위기』 후 동아시아 3국의 급부상

그런데 유럽에서는 통합의 바람이 불었다. 유럽 헌법이라 할 「리스본 조약」을 반대하던 아일랜드마저 압도적 지지로 돌아섰다. 유럽의 대통령이라 할 '정상회의 의장'도 선출했다. 유럽은 이제 통합된 한 거대국가처럼 세계무대에 부상할 것이 틀림없다. 유럽에서는 19세기식 국민국가(Nation State)란 존재는 점차 느슨해져 가고, 문지방이 점점 낮아진다. 그 반면에 지방자치체가 강해지면서, 또 한편으로 세계화란 추세에서 국가연합 같은 큰 블록이 힘쓰는 이중구조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여기서 아시아 사람들도 새롭게 각성하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지금 까지 두 가지 역내국가들의 기구가 있다. 하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고, 다른 하나는 동남아 국가 간 모임인 아세안(ASEAN)이다. 그런데 1997년 1차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 중, 일 3국이 추가되어 '아세안+3'이라는 구조로 확대 되었다.

왜 동남아 국가연합체에서 한, 중, 일 3국을 초청하였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3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중추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해(2008년) 말, IMF 발표에 의하면 세계 GDP중 중국은 세계의 7% 이상이고, 미국은 23.5%, 이다. 독일은 6.08%로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4위로 밀렸다. 한, 중, 일, 3국의 GDP는 금액으로 약 9조 8천억 달러로 9조 1천억 달러인 독일, 영국, 프랑스 3국을 살짝 눌렀다. 그런데 세계경제위기를 지나면서 동아시아 3개국은 모두 선진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원으로 참석하여 발언권을 강화했으며, 한국은 내년 의장국이 된다. 그 가운데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핵심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오바마 대통령까지 미국과 중국을 양극체제처럼 G-2라 불렀다가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무안을 당했지만, 아무리 부인해도 그게 사실 아닌가. 중국과 합의가 없으면 북한 핵문제나,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주변 상황을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조말 일본에 주재했던 중국외교관 황준셴(黃遵憲)이 우리에게 권고한 「조선책략(朝鮮策略)」이 있다. 내용은 "친(親)중국, 결(結)일본, 연(聯)미국"하라는 말이었다. 당시는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내놓은 책략이지만 이제는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하여 이 책략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장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면 연(聯)미국, 즉 한미동맹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그런 뜻에서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성공적이다. 또한 주한 미군의 존재를 이 지역의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책략이 되어야 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지역균형자로서의 미군이라면 그 존재를 양해할 수 있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한미 동맹에 기초한 동아시아 공동체

다음, 일본의 새로 집권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제일성으로 '아시아공동체'를 제기했다. 하나의 구상단계지만 일본이 미국의 품에서 벗어나 아시아를 향하여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한, 중, 일 3개국이 이런 공동체적 인식을 서로 나누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틀을 원용한다면, 집단안보나 경제협력체로 발전할 수 있는 소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북한 핵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주장하겠지만, 모든 문제를 북한 핵 해결이 안 되면 정지 상태로 놓아 둘 수는 없다. 동북아 집단 안보와 북한 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마치 두 개의 치차(齒車)처럼 서로 물리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한국선진화포럼에서 제공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