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 '마차도' vs 트럼프의 뜻 '로드리게스'

마차도 vs 로드리게스 그래픽챗GPT 생성
마차도 vs 로드리게스 [그래픽=챗GPT 생성]

베네수엘라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민주화 지도자와 마두로 독재정권 핵심 인사의 권력투쟁이 본격화했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높은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가운데,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서 복잡한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차도는 귀국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교체 의지를 공식 천명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역시 같은 날 사전 녹화 연설을 통해 자신이 이끌 국가 발전 구상을 밝히며 맞불을 놓았다.

마차도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선거의 날이 바로 자유의 날"이라며 "사회를 결집하고 조직화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 이행을 되돌릴 수 없다"며 독재정권 잔재 청산을 포함한 베네수엘라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차도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축출한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임시정부 간 체결된 석유 협정에 대해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마차도는 그동안 세계 최대 매장량을 지닌 베네수엘라 석유에 미국이 지배적 이권을 챙기는 것을 두고 "자원 수탈이자 영토 침탈"이라고 거세게 반발해 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 석유에 사실상 독점적 접근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로드리게스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마두로 독재정권의 2인자로서 석유장관, 재무장관, 부통령을 거친 인물이나, 마두로 축출 이후 친미 노선을 걷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마차도는 지난 25일 비밀리에 귀국한 뒤 본격적인 공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인 자신의 변호사를 면담한 데 이어 측근 및 지지자들과 접촉을 재개했다. 28일에는 지난 6월 대지진으로 수천 명이 숨진 라과이라주(州)를 방문하기도 했다. 마차도가 속한 정당인 벤테 베네수엘라의 헨리 알바이레스 전국조직책임자는 마차도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마차도의 기자회견에 앞서 15분 분량의 사전 녹화 연설을 공개했다. 로드리게스의 부통령 권한대행 임기는 법적으로 이미 만료된 상태다. 그는 선거 일정과 관련해 "베네수엘라의 정치 전망은 달력에 적힌 날짜로만 가늠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선거가 갈등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마차도의 조기 대선 압박을 국가 분열 행위로 규정하고 경계했다.

반면 마차도 측 알바이레스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선거일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그래야만 진정한 전환이 시작될 수 있고, 베네수엘라 국민이 평온한 마음으로 미래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세기부터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확산을 지지해 온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권력투쟁이 격화하자 딜레마에 빠졌다. 독재정권 잔재 청산이라는 전통적 민주 가치와 에너지 자원 확보를 통한 자국 우선주의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과거사 청산과 화해를 명분으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 및 일부 야권 인사들과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협의체에서는 아직 대선 시기가 논의되지 않았으며, 마차도의 참여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반발을 우려해 마차도의 귀국을 저지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향후 행보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WSJ은 마차도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대결이 "마두로 대통령 축출 후 침체한 경제를 재건하고 베네수엘라 핵심 에너지 부문을 미국 투자자에게 다시 개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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