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를 품고 있는 평택에서 눈여겨볼 만한 변화가 시작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이끄는 동안 그 이면에서 제기돼 온 방류수 문제를 최원용 평택시장이 외면하지 않고 기업과 함께 풀어갈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평택시는 지난 29일 삼성전자 DS부문 주요 임원진과 환경현안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방류수에 포함될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 미량오염물질의 관리와 저감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환경단체와 언론을 통해 관련 문제가 제기되자 평택시와 삼성전자가 실태를 공유하고 관리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시가 밝힌 고덕 삼성 방류수의 법정 관리 대상 물질은 배출허용기준의 10~30% 수준이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방류수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물질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일부 과불화화합물은 환경에 오래 남고 인체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어 국제적으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평택의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지만 공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닿는 하천과 호수 또한 시민들이 대대로 지켜온 생활의 터전이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환경에 대한 우려를 줄일 방법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지방정부가 기업과 마주 앉아 해결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지난 7월 유천상수원 보호구역을 둘러싼 논란에서 최 시장이 보여준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정부의 상수원관리규칙 개정안 가운데 평택시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호구역 해제 절차를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던 조항이 재입법예고안에서 삭제됐다. 최 시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직접 찾아 문제점을 건의했고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힘을 보탰다.
최 시장은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결과는 어느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다. 평택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승리"라고 밝힌 바 있다.
미우주무(未雨綢繆: 비가 내리기 전에 미리 준비한다)라는 말이 있다. 문제가 닥친 뒤 수습하기보다 사전에 대비하는 자세를 일컫는다. 그런 점에서 아직 관리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물질까지 살펴보겠다는 이번 논의는 예방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평택시가 앞으로 방류수에서 서정리천을 거쳐 평택호로 이어지는 수계의 환경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관련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반가운 일이다.
반도체산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인 만큼 지방정부와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른 제도적 기준도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 또한 지역사회와 오랫동안 함께 성장해야 할 기업으로서 기술적 역량을 환경관리에 활용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최 시장은 경기도와 평택시의 행정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을 지내며 기업 투자와 산업 기반 조성에도 관여했다. 산업현장의 현실을 이해하면서 시민들의 생활환경까지 살펴야 하는 이번 현안에서 이러한 경력이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원용 시장이 삼성전자와 함께 내린 이번 결정은 산업의 경쟁력과 시민의 안전을 함께 지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평택의 물길을 지키려는 이러한 노력이 도시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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