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는 소해함 1척이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호위함 '마카로프 제독'함을 포함해 군함 여러 척이 맞았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흑해함대가 받은 가장 큰 공격이었다. 해군력에서 크게 밀리던 우크라이나가 값싼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함대를 흔든 것이다. 공격 열흘여 전에는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한복판에 떨어져 임신부를 포함한 시민 4명이 숨졌다.
그로부터 꼭 4년, 드론은 전쟁의 조연에서 주연이 됐다. 하룻밤에도 수백 대가 하늘을 가르고, 이제는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와 공군기지까지 노린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트럭에 숨겨 러시아 깊숙이 들여보낸 소형 드론으로 러시아 공군기지 4곳의 전략폭격기를 공격했다. 수만 달러짜리 드론 한 대를 막으려고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미사일을 쏘아야 하는 시대, 전쟁의 셈법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
하늘을 뒤덮은 드론: 총보다 무서운 하늘의 자폭병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드론은 이미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됐다. 유엔 우크라이나 인권감시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단거리 드론이 다른 어떤 무기보다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남부 헤르손에서는 민간인 사상자의 70%가 드론 공격 때문이었다. 병사들에게는 더 무섭다. 러시아 군 의학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러시아군 사상자의 최대 75%가 우크라이나 공격 드론에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을 인용해 드론 피해가 "다른 모든 무기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다.하늘을 오가는 드론의 숫자도 상상을 넘는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4일 하룻밤에만 공격 드론 153대를 날려 보냈다.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드론 532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전쟁 초기 한 번에 수십 대씩 날아오던 드론이 이제는 수백 대 단위로 하늘을 덮고 있다.
중동에서는 후티 반군이 드론의 위력을 일찍이 보여줬다. 2019년 9월 후티는 드론 10대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석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절반 가까운 하루 500만 배럴이 차질을 빚었다.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후티는 이달 들어서도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섞어 쏘며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공항을 멈춰 세웠다.
3만 달러 드론 vs 400만 달러 미사일: 비용의 역전
드론이 전쟁의 주연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값이다. 파키스탄의 군사 분석 매체 콰(Quwa)에 따르면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136의 생산 단가는 2만~5만 달러(약 2700만~6700만 원)로 추정된다.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값이다. 반면 이를 막는 미국산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 MSE)은 한 발에 약 410만 달러(약 55억 원)에 이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요격미사일은 한 발이 1270만 달러(약 170억 원)다. 드론 한 대를 떨어뜨리려고 그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에 이르는 돈을 쏘아 올려야 하는 셈이다.이 차이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 콰는 미군이 이란 전쟁 첫 6개월 동안 샤헤드를 막는 데만 30억 달러(약 4조 원) 넘게 썼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이란이 샤헤드 200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에 400만~1000만 달러(약 53억~134억 원)에 그친다. 러시아도 옐라부가 공장에서 샤헤드를 본뜬 '게란-2'를 연간 최대 6000대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콰는 “샤헤드는 어떤 서방 방공 체계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비용 구조를 강요했다”고 진단했다.
공격하는 쪽에서 보면 드론은 ‘남는 장사’다. 값싼 드론을 한꺼번에 수십, 수백 대씩 날려 보내면 상대는 그 하나하나를 막기 위해 비싼 요격미사일을 쏠 수밖에 없다. 한 대도 놓칠 수 없는 방어하는 쪽과 달리, 공격하는 쪽은 몇 대만 뚫고 들어가도 성공이다. 설령 모두 격추되더라도 상대의 미사일 재고와 국방 예산을 갉아먹는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으로 수십억원짜리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이른바 ‘비용 강요’ 전략이다. 군사력과 국방비가 밀리는 국가가 적대국을 상대로 드론에 매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각국은 ‘싸게 막는 법’을 찾고 있다. 해법은 드론을 드론으로 잡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와일드 호네츠'가 만든 요격 드론 '스팅'은 한 대에 2500~5000달러(약 330만~670만 원)다. 최고 시속 343㎞로 날아 시속 185㎞ 안팎의 샤헤드를 쫓아가 들이받는다. 폭약도 없이 몸체로 부딪쳐 날개나 프로펠러를 부순다.
독일 라인메탈의 대공포 체계 '스카이넥스'는 35㎜ 포탄 한 번 쏘는 데 약 500달러(약 67만 원)가 든다. 레이저 무기는 한 번 쏘는 데 1~10달러(약 1300~1만3000원) 수준의 전기료만 든다. 비싼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같은 큰 위협에 아껴 두고, 드론은 값싼 수단으로 막는 '층층이 방어'가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한국은 준비됐나: 청와대 찍고 서울 날아도 몰랐다
드론 위협은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2014년 3월 경기 파주에 떨어진 북한 무인기(드론)에서는 청와대와 경복궁 등을 찍은 사진 193장이 나왔다. 무인기는 수도권 상공을 여러 차례 날았지만 방공 레이더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8년 뒤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고, 이 가운데 1대는 서울 상공까지 날아들었다. 레이더에 간헐적으로 포착됐지만, 군은 구분하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에는 대통령실 주변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부인했다가, 열흘가량 지나서야 북쪽 끝 일부를 침범했을 가능성을 인정해 '말 바꾸기'라고 비판받았다.
다만 갈 길은 멀다. 천광의 사거리는 500m~2㎞에 그치고, 언제 실전 배치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23년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는 작전 권한이 없는 '국방드론본부'로 개편될 예정이어서, 드론 전력을 누가 주도할지 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국방 투자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 같은 값비싼 무기에 실려 있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 떼가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 냉정하게 따져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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