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확대 속에 금융권의 자금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 대기자금이 은행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예금잔액도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는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를 앞세운 수신 경쟁도 쉽지 않아 2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4.4회로 집계됐다. 지난 2월(4.0회) 이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6월 5.3회에서 7월 5.1회, 8월 4.4회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예금회전율은 일정 기간 예금 지급액을 평균 예금잔액으로 나눈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예금을 인출하거나 사용하는 움직임이 둔화했다는 의미다.
대기성 자금이 많은 요구불예금의 회전율도 7월 23.6회에서 8월 20.7회로 떨어졌다. 저축성예금 회전율 역시 같은 기간 1.7회에서 1.5회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급등했던 국내 증시가 하반기 들어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은행에 자금을 맡길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2금융권의 사정은 다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합산 총수신은 지난 8월 말 1008조4385억원으로 올해 1월 말(1021조1098억원)보다 12조6713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에 예금이 쌓이는 동안 2금융권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저축은행은 상반기 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일부 자금을 다시 확보했지만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수신 감소가 두드러졌다. 일부 가입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와 조합 건전성 우려 등이 수신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호금융권의 건전성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중앙회와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대출 연체율이 10% 이상인 조합·금고는 33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04곳)보다 135곳(66.2%) 늘어난 규모다.
문제는 2금융권이 수신 규모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금금리를 높이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지만 그만큼 조달비용이 늘어난다. 반대로 금리를 낮춰 수신이 줄어들면 향후 대출 재원 확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등으로 자금 운용처가 제한된 상황이다. 상호금융권 역시 대출 영업이 위축된 가운데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높이면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금리 상승과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수록 2금융권의 수신 확보와 수익성 관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는 대출 수요가 위축돼 수신이 줄어도 당장 자금 운용에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면서도 "자금 이탈이 장기화하면 향후 대출 수요가 회복됐을 때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2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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