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26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주배경인구는 28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4%에 이르렀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귀화자와 그 자녀들이 이미 우리 일터와 학교, 동네를 함께 이루고 있다. 달라진 인구 구성을 따라가야 할 것은 제도와 예산만이 아니다. 혈통과 출신으로 ‘우리’를 가르는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이들을 모두 외국인으로 묶는 것부터 잘못이다. 이주배경인구 중 70만1000명은 한국 국적자다. 부모의 출신이 다르다고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를 계속 외부인으로 대할 수는 없다. 한국에는 한국인만 사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인의 모습 역시 하나가 아니다. 단기 취업자와 장기 체류자, 한국 국적자에게 필요한 정책은 달라도 출신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같아야 한다.
인구 감소와 구인난을 이유로 외국 인력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입국 이후의 삶을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법무부가 올해 발표한 계절근로자 실태점검에서도 임금체불과 인권침해, 부적합 숙소가 적발됐다. 정부는 감독과 피해 구제를 강화하고 사업주는 임금과 안전, 적정한 주거 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노동 기준을 낮추는 관행을 방치하면 내국인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위협받는다. 그렇다고 이주민을 존중할 이유를 경제적 기여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일손이 필요할 때 환영했던 사람의 존엄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교와 지역에 정착의 부담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한국어학급 등 지원책이 있지만 지난 4월 국회 토론회에서는 이주배경 학생이 많은 구로중학교 교사가 전담 교원과 예산 부족을 호소했다.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정할 때 교육·통역·주거 지원에 필요한 재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언어 장벽을 낮추고 수업을 뒷받침하는 일은 같은 교실의 모든 학생을 위한 투자다.
제도가 갖춰져도 공동체의 문턱이 그대로라면 한계가 있다. 피부색과 출신국의 경제력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하고, 귀화자에게는 이전 국적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부모의 출신을 물으며 외부인으로 남겨두는 시선부터 돌아봐야 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법을 지키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그러나 외모가 다르고 음식과 종교가 낯설다는 이유로 이웃의 자격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는 것과 모든 생활방식이 같아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학교와 직장은 차별적 언행을 개인의 예민함으로 넘기지 말고 문제를 제기할 통로를 열어야 한다. 행정기관도 주민을 대하는 말과 절차에 출신에 따른 편견이 남아 있는지 살펴야 한다.
물론 일자리와 주거, 교육을 둘러싼 주민의 우려를 모두 편견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지원은 소득과 언어 장벽 등 실제 필요를 기준으로 설계하고 생활 갈등은 공정한 규칙과 행정으로 풀어야 한다. 이주민도 다른 주민의 권리와 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잘못을 특정 국적이나 인종 전체의 속성으로 돌리는 순간 문제 해결은 멀어지고 배제만 남는다. 법과 규칙은 출신에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281만명은 앞으로 받아들일 사람의 숫자가 아니다. 이미 함께 살아가는 주민의 규모다. 이주민에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라고 요구해 왔다면, 이제 한국 사회도 달라진 주민 구성에 적응해야 한다. 함께 지킬 규칙은 분명히 하되, 공동체의 자격을 피부색과 혈통으로 재단하는 관행은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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