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주 측정 전 입 헹굼 물 안 줬다면 측정 결과 증거 못 써"

  • 운전자 1·2심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파기

  • "피고인 기본권 보장 위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 배제돼야"

21일 저녁 서울 공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저녁 서울 공덕역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경찰이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은 채 실시한 음주 측정 결과는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음주 측정 전 입 헹굼 물을 제공하는 절차가 법적 구속력을 갖춘 법령 규정인 만큼, 이를 위반하여 수집한 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는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12월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 시동이 켜진 차량 안에서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으며, 결과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1%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판에서 A씨 측은 측정 절차상의 위법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찰이 음주 측정 당시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하지 않아 입안에 남아 있던 알코올로 인해 혈중알코올농도가 실제보다 높게 측정됐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의 주장대로 도로교통법 관련 규정 및 단속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원칙적으로 음주 측정 전 운전자에게 일정량의 음용수를 제공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을 씻어내도록 해야한다.

다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며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입 헹굼 물 제공 절차가 경찰 내부 지침에 불과해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음주 측정 자체가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음주 종료 후 20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측정이 이뤄진 이상 입을 헹구는 조치가 필수적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행위 등으로 음용수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이 피고인에게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1·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과거 경찰 내부 지침에 머물렀던 입 헹굼 물 제공 절차가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공식 명문화됐고, 대외적 구속력을 갖춘 법령상의 적법절차로 승격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이 같은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얻은 음주 측정 결과는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음주 후 20분이 지나면 구강 내 잔류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도 지적했다. 트림이나 딸꾹질, 위장 장애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배제된 통제된 실험 결과일 뿐이며, 실제 단속 현장에서는 20분이 지났더라도 잔류 알코올로 인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오인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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