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위의 경제 대국 프랑스가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리스보다 시장에서 더 비싼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하는 사상 초유의 '금리 역전'을 겪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과 최근 이어진 대규모 폭력 시위, 정권 불신임 위기 등 정치적 불안이 겹치면서 국채 시장이 거세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유럽 금융시장에 따르면 프랑스의 10년 만기 국채(OAT) 금리는 최근 연 4.8-4.9% 안팎까지 치솟으며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10여 년 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3%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국채 금리가 그리스 국채 금리보다 약 0.4-0.5%포인트 높은 역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해당 국가의 채권 위험성을 높게 보고 돈을 빌려주는 대가(이자)를 더 많이 요구한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맹주 역할을 해온 프랑스가 만성 재정위기국으로 낙인찍혔던 그리스보다 신용 위험 프리미엄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된 것은 채권시장에서 극히 이례적인 기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채권시장의 절대적 안전자산 기준인 독일 10년물 국채(분트)와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도 1.5%포인트(150bp) 안팎까지 벌어졌다. 이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2012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차이다. 불안해진 글로벌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내다 팔고 독일 등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채의 위상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정치적 혼란이 겹치며 급격히 추락했다. 현재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19%에 달하며, 재정적자 역시 유럽연합(EU) 권고 기준치(3%)의 두 배가 넘는 6% 수준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긴축 예산안에 반발해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군 병력이 투입될 정도의 폭력 시위가 발생하고, 의회 내 야당들이 내각 불신임 카드로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극대화됐다.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경고까지 잇따르며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예산안을 둘러싼 정국 파행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정 건전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프랑스발 금융 불안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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