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대통령 앞에 앉은 중수청장…'정치 검찰' 없애자더니 '정치 중수청' 만들 셈인가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취임식도 하기 전인 지난 2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 청장에게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말고 성역 없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중대범죄를 엄단하라”고 주문했다. 김 청장은 “중수청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답했다. 국무회의에는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함께였다.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는 말 자체만 보면 틀린 게 없다. 문제는 장소와 관계다.
 
중수청은 살아 있는 권력을 포함한 중대범죄를 수사해야 할 기관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공소청은 그 사건을 기소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수장이 국무회의에 앉아 국정 방향을 공유하고 대통령의 주문을 받아 적는 모습이 매주 연출될 예정이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더욱이 지금 대통령과 수사·기소기관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현재 5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가 병합된 재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상 1심), 위증교사 사건(항소심), 공직선거법 사건(파기환송심)이 그것이다. 모두 대통령 취임 후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사·기소 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불러 앉히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가능하냐를 넘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과 수사·공소기관 사이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분명한 ‘거리’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말을 했다. 자신이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도 “제 지휘 하에 있는 수사·소추(기소)기관이 그 일을 하면 또 오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한 달 뒤에는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수사·기소 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불러 앉히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검찰개혁의 근본 목적은 정치 검사를 다른 정치 검사로 교체하는 데 있지 않다. 권력이 수사·기소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관련 기관 역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검찰이 떠난 자리에 ‘정치 중수청·정치 공소청’을 들여놓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식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SNS에 “제미나이에게 물어봤습니다”라며 공소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반대하는 주장을 “위헌적 억지”라고 했다. 두 기관 역시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중앙행정기관인 만큼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막는 것은 수사·기소기관을 “밀실 속 치외법권 성역”으로 두자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자신의 사건과 수사·기소기관의 독립성을 둘러싼 이해충돌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도 문제의 본질을 ‘대통령의 지휘권’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참담한 일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