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세계청년대회 의료 지원, 공공병원이 앞장서야죠"

  • 가톨릭계 병원·서울아산병원과 응급환자 대응 협의…"종교 떠나 대규모 국제행사 안전 지킬 것"

  • AI로 진료·병원 운영 개선 추진…"성과 쌓아 다른 공공병원과 나누겠다"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의료원장실에서 세계청년대회 의료 지원과 공공의료 분야 AI 도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이현석 서울의료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의료원장실에서 세계청년대회 의료 지원과 공공의료 분야 AI 도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세계청년대회에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면 서울의료원이 당연히 참여해야죠.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의료원장실에서 만난 이현석 원장은 '2027 천주교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이야기가 나오자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는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서울의료원이 의료 지원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공공병원이 평소 쌓아온 응급·재난 대응 역량을 행사 현장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대회에는 세계 청년 50만명에서 100만명 청년이 내년 8월 서울을 찾는다.
 
이 원장에 따르면 가톨릭계 병원 5곳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의료원 등 7개 병원이 WYD 기간 응급환자에 대응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의 구체적인 역할이나 업무협약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는 "협의가 진행 중이고 추후 업무협약을 맺는 방안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서울의료원도 만일의 환자 발생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규모 행사에서 다른 지역의 환자를 서울의료원이 받아 치료한 경험도 꺼냈다. 당시 이송 환자의 진료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한 지역에 환자가 몰리면 다른 병원이 치료를 분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우리나라에 대한 인상도 좋아집니다. 공공병원이 참여해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그의 WYD 구상은 서울의료원의 재난 대비 체계와 맞닿아 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서울의료원이 일반 병상을 비우고 감염병 환자 진료에 집중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평소 다니던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고, 유행 이후에는 병원을 다시 열다시피 하며 일반 진료를 회복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의 경험을 다음 재난을 준비할 자산으로 본다.
 
"다음 재난이 반드시 감염병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 원장은 감염병뿐 아니라 갑자기 다수의 부상자가 생기는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료원에는 별도로 격리해 진료할 수 있는 병상이 마련돼 있고, 응급센터 복도에도 산소 공급과 흡인 등 응급처치를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복도에도 침상을 배치해 초기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염두에 뒀다.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맞히는 것보다 여러 상황을 감당할 준비를 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임기 중 또 하나의 과제로 밀고 있는 것은 의료 인공지능(AI)이다. 서울의료원은 올해 2월 'AI 선도병원' 비전을 선포했다. 그가 말하는 AI는 화면에 질문을 입력해 답을 얻는 수준이 아니다. 환자가 언제 몰리는지, 수술실과 병상이 어디서 비는지, 의료장비는 언제 점검해야 하는지 등 병원 안에 흩어진 데이터를 연결해 진료와 운영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수술에 걸리는 시간을 분석하면 다음 환자가 지나치게 일찍 내려와 기다리거나, 수술실이 비었는데도 환자가 오지 않아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영상검사 장비의 사용량과 부품 교체 시기를 분석하면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검사가 중단되는 일에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이 원장은 AI가 의사나 간호사를 대신한다는 생각에는 선을 그었다. "최종 판단은 의사가 하고, 진료의 중심에도 의료진이 있어야 합니다. AI는 부족한 인력을 보완해 의료진이 일을 더 잘하도록 돕는 수단입니다."
 
서울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공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에 AI를 접목하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시스템을 구축할 때부터 병원 안팎의 데이터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료원에서 성과를 내면 다른 공공병원에도 경험을 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병원만 앞서가자는 뜻으로 '선도'라는 말을 쓴 게 아닙니다. 원하는 병원이 있다면 직원들이 서로 오가면서라도 배운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공공병원의 현실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료원도 코로나19 이후 일반 환자를 다시 모아야 했고, 의정 갈등 때는 전공의 이탈을 겪었다. 이 원장은 당시에도 진료 시간을 줄이거나 진료할 수 있는 환자를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직원들이 함께 버텼다고 말했다.
 
필수 진료과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와 빠듯한 재정은 지금도 과제다.
그는 공공병원의 적자를 모두 '착한 적자'로 묶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중심으로 진료하고, 수익성이 낮더라도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같은 분야를 유지하면서 생기는 비용은 사회가 함께 부담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병원도 환자를 더 잘 보고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공공병원이 수행한 진료에 따라 지원을 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WYD 의료 지원과 AI 도입은 그가 생각하는 공공병원의 두 얼굴이다. 위기에는 시민과 방문객의 안전망이 되고, 평소에는 믿고 찾을 만한 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이다.
 
이 원장은 "사람들이 공공병원을 '내 몸을 맡길 만한 병원'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며 "서울의료원이 달라진 공공병원의 역할을 보여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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