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52조26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4조9761억원보다 7조2856억원 증가한 규모다.
5대 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당국과 협의해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기존보다 약 2조7800억원 늘어난 7조1100억원으로 상향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기준 증가액은 수정된 연간 목표마저 1756억원 넘어섰다. 추가로 확보한 대출 여력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모두 소진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정된 연간 목표까지 초과한 만큼 연말로 갈수록 은행들이 신규 가계대출 취급을 더욱 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시점에 전세시장마저 불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를 포기하고 매매를 검토하는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주담대를 확보하지 못하면 매매 전환도 쉽지 않다. 결국 기존 주택에 계속 머물거나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반전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전세 거래량은 6만8462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22.3% 감소했다. 올해 1~7월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포인트 상승했다.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부담을 피해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 거래가 위축되면서 은행권의 전세대출도 줄었다. 5대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5765억원으로 지난해 말 122조6498억원보다 3조733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전세대출 잔액이 3조원 넘게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한 데다 신규 전세 계약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금리 상승도 세입자의 매매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5대 은행이 지난 7월 신규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4.66%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금액을 빌리더라도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따라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 수 있어 현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청년층이 받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은행권의 대출 제한이 장기화하면 전세와 매매시장이 서로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려 해도 대출을 받지 못하면 다시 임대차시장에 남게 된다. 이렇게 쌓인 수요가 전셋값과 월세를 끌어올리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이 막히면 세입자는 전세 대신 월세로 이동하거나 외곽·소형 주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 매물 부족과 금융 제약이 겹치면 전셋값과 월세 부담은 높아지고 주택 매수 수요도 일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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