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지맵'에서 확인한 서울 종로구 내 1만원 이하 식당 목록. [사진=거지맵 화면 갈무리]
#경기 하남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점심시간이면 지도 앱 '거지맵'을 켠다. 거지맵은 1만원 이하 메뉴를 파는 식당을 찾아주는 앱이다. A씨는 최근 회사 인근에서 자장면을 3000원에 파는 중국집을 발견했다. 서울지역 자장면 평균 가격이 약 76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A씨는 "요즘 3000원으로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통장 잔액을 보면 앞으로 더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발품' 대신 '앱품'을 팔고 있다. 만원짜리 한 장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아주는 지도부터 실제 음식은 배달되지 않는 가상 배달 앱까지 등장했다.
16일 직접 거지맵을 이용해봤다. 현재 위치를 켜자 주변의 1만원 이하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이 지도 위에 줄줄이 나타났다. 가격뿐 아니라 이용자 평점도 표시돼 음식점 선택에 참고할 수 있다. 이용자 투표와 신고를 통해 서비스 취지와 맞지 않는 매장은 노출을 제한하는 기능도 갖췄다.
가격대는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한식·버거·토스트 등 메뉴별 검색은 물론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곳인지, 점심시간에만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앱에 등록된 서울 종로구의 한 국밥집도 찾아가 봤다. 우거지해장국 한 그릇 가격은 3000원. 공깃밥과 우거지해장국, 깍두기 몇 조각이 전부지만,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하지 않다. 인근 돼지국밥집 가격이 1만4000원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1만원 이상 저렴하다. 1만원짜리 지폐를 내자 7000원이 돌아왔다. 한 손님은 "자리가 좁아 합석해야 하지만, 3000원에 이 정도면 자주 올 만하다"고 말했다.
저가 식당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 3월 출시된 거지맵은 한 달여 만에 누적 이용자 126만명을 넘어섰다. 앱 평점도 4.2점을 기록하고 있다.
배경에는 높은 외식비 부담이 있다. 오픈서베이의 '2026 식생활 트렌드'에 따르면 소비자가 식생활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 중 '가격 부담 없이 먹는 것'은 39.5%를 차지했다.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외식 줄이기'가 41.5%, '배달 이용 줄이기'가 35.5%로 나타났다.
그렇다 보니 아예 먹지 않고 주문만 하는 앱도 등장했다. 지난 7월 출시된 가상 배달 앱 '음식만안와요'는 일반 배달 앱처럼 치킨과 파스타, 초밥, 피자 등을 고르고 옵션까지 선택할 수 있지만 실제 결제나 배달은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 앱에는 19개 가상 음식점과 60개 이상의 메뉴가 마련돼 있다. 주문을 마치면 토끼 캐릭터가 지도 위를 이동하고, 몇 분 뒤 '배달 완료' 알림까지 뜬다. 그러나 돈도 빠져나가지 않고 음식도 오지 않는다. 앱 개발자는 "배달 앱 대신 이 앱을 열어 실제 주문하듯 메뉴를 고르는 경험만으로도 만족감을 얻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절약 효과를 단순 계산하면 작지 않다. 평소 점심값으로 1만5000원을 쓰던 직장인이 거지맵을 활용해 평일 점심을 5000원에 해결할 경우 하루 1만원씩, 월 20일 기준 2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2만5000원짜리 치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주문하던 사람이 '음식만안와요' 앱을 이용해 배달 이용을 참는다고 가정하면 월 10만원가량을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배달비까지 감안하면 두 서비스를 활용해 한 달 30만원 이상 지출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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