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해미읍성에 '시간의 문' 열린다…서산해미읍성축제, 한글날 개막

  • 태종 강무, 축제 핵심 콘텐츠로

  • QR 호패 들고 과거시험

  • 23개 고을은 '빛의 연대'

  • 1000대 드론쇼·역사 다이닝까지

태종 강무 사진서산문화관광재단
태종 강무 [사진=서산문화재단]
충남 서산 해미읍성이 600여 년 전 조선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성문을 들어선 관람객은 휴대전화 속 ‘호패’를 받고 활을 쏘거나 과거시험에 응시한다. 밤이 되면 성벽과 하늘 위로 해미읍성의 역사가 빛과 영상으로 펼쳐진다.

서산시와 서산문화재단은 16일 서울 광화문 모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서산해미읍성 일원에서 ‘제23회 서산해미읍성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올해 주제는 ‘HAEMI UNIVERSE 1421, 시간의 문이 열리다’다. 1421년은 해미읍성이 완공된 해다.

올해 축제는 ‘보는 역사’에서 ‘체험하는 역사’로 방향을 틀었다. 해미읍성 전체를 하나의 역사 몰입형 공간으로 꾸미고, 흩어져 있던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 사진기수정 기자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 [사진=기수정 기자]

◆태종의 강무, 축제 전체 서사로

이야기의 출발점은 1416년 태종의 ‘강무(講武)’다. 태종은 왜구에 대비하고 군사를 다지기 위해 충청도 도비산과 해미현 일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지휘했다. 당시 훗날 세종이 되는 스무 살 충녕대군도 함께했다. 해미읍성은 그로부터 5년 뒤인 1421년 완성됐다.

그동안 재현 행사 가운데 하나였던 태종대왕 강무 행렬은 올해 축제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단순 행렬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와 공연 요소를 더해 태종과 충녕대군의 동행, 해미읍성 축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정민 축제 총감독은 “해미읍성은 단순한 행정 관아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쌓은 호국의 최전선”이라며 “강력한 안보가 있었기에 태평성대가 가능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태종과 세종이라는 두 거인이 만난 순간을 축제 전체의 거대한 서사로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관람객 역시 구경꾼에 머물지 않는다. 성문에서 QR코드를 인식하면 휴대전화가 1421년 조선의 ‘호패’로 바뀐다. 이를 들고 성 안을 누비며 활쏘기 등 무과와 문과시험에 참여한다. 급제자에게는 홍패를 주고, 장원급제자는 ‘일일 해미현감’이 된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 사진기수정 기자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 [사진=기수정 기자]


◆23개 고을이 밝히는 성벽…밤하늘엔 1000대 드론

600여 년 된 성벽도 축제 무대가 된다. 해미읍성에는 축성 당시 공주·청주·천안 등 충청도 여러 고을이 공사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각자성석(刻字城石)’이 남아 있다.

개막식에서는 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각자성석: 스물세 고을, 빛으로 성을 쌓다’를 선보인다. 충청권 23개 시·군을 상징하는 대형 등롱 23개에 불을 밝혀 당시 공동 축성의 역사를 오늘의 지역 연대로 잇는다.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는 “지난해 장인들의 전통 기술 시연을 조명했던 축제에서 올해는 충청권 연대와 자주국방의 역사의식으로 지평을 넓힌다”며 “성벽에 이름을 남긴 충청도 23개 고을의 연대를 기리기 위해 개막식에서 23개 등롱을 밝히는 ‘각자성석’을 거행한다”고 설명했다.

밤하늘에는 1000대 규모의 드론이 뜬다. 드론 라이팅쇼는 사흘간 모두 5차례 열린다. 황금 매의 비상을 시작으로 1421년 해미읍성 완공, 충청병마절도사영, 태종의 강무 행렬, 방패 형상 등 10개 장면을 그린다.

진남문에서 동헌까지 이어지는 중심축에는 바닥과 눈높이, 머리 위를 잇는 ‘빛의 길’도 조성한다. 불꽃 대신 빛과 영상, 드론을 활용해 성 안의 밤 풍경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과거 군사 요충지였던 해미의 역사도 오늘과 맞닿는다. 성 밖 동문 주차장에는 요격미사일 ‘천궁’과 ‘신궁’의 3분의 1 크기 모형, 공군 전술차량, 드론 시뮬레이터 등을 배치한 ‘해미 디펜스 로드’가 들어선다. 조선시대 병마절도사영이 자리했던 공간의 성격을 현대 국방기술과 연결한 프로그램이다.
 
왼쪽부터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 허권 서산문화재단 이사가 16일 서울 광화문 모처 식당에서 열린 축제 간담회에 참석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왼쪽부터) 임진번 서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이정민 서산해미읍성축제 총감독, 허권 서산문화재단 이사가 16일 서울 광화문 모처 식당에서 열린 축제 간담회에 참석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600년 역사, 여덟 접시에…블랙이글스·실경 뮤지컬까지

역사는 식탁 위로도 옮겨간다. 10월 10일 동헌과 내아에서는 60명 한정 유료 프로그램 ‘해미성찬 팔폭(海美城饌 八幅)’이 열린다.

일반적인 코스요리 순서가 아니라 태종의 강무부터 ‘황금 매의 귀환’까지 해미의 600년 역사를 여덟 장면으로 나눠 여덟 접시에 담는다.

김성운 테이블 포포 오너셰프와 김지영 한식당 규반 오너셰프가 참여한다. 서산 간척지 햅쌀과 육쪽마늘, 한우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하며 해미읍성 딸기 스파클링, 들국화주, 생강주 등도 곁들인다.

공연 일정도 사흘간 이어진다. 9일에는 1000대 군집 드론쇼와 장윤정의 개막 축하공연이 열리고, 10일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와 ‘해미 더 클래식’, 태권도 무예 퍼포먼스가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청허정 언덕을 배경으로 대형 실경 뮤지컬 ‘달이 되어라’와 파이널 드론 라이팅쇼가 축제의 막을 내린다.

서산해미읍성축제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로컬 100’에 선정됐으며, 2024년과 2025년에는 충남 일품축제에 이름을 올렸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전통과 현재, 미래가 융합하는 글로벌 대표 K-축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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