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의 하나인 인간이 저지른 폭력을 비판하고 싶었어요. 생태계 최정점에 선 존재로서 거리낌 없이 생태계를 파괴하잖아요. 그 위의 존재가 있다면 인류도 멸종에 가까운 일을 당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글을 썼죠."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장편소설 ‘에케 호모’의 오수완 작가는 15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케 호모>는 인간을 압도하는 존재 프라임이 손뼉 한 번으로 인류의 99%를 사라지게 하면서 문명이 붕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재앙에서 30년 뒤, 말하지 않는 소녀 서브와 그의 보호자인 중년 남자 노먼은 인류 재건의 희망인 엑스포가 열리는 도시 지텍을 향해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길 위에서 노먼은 서브에게 물을 구하는 법, 기계를 고치는 법,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법을 가르친다.
이야기의 출발점에는 이상화된 히어로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오 작가는 초인이 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고민했다. "인간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이방인, 동시에 인간을 비판하고 응징할 수 있는 존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그리고 싶었어요."
인류의 99%를 사라지게 하는 재앙에서 출발하지만 소설이 향하는 곳은 인간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 아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은희경은 “무겁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소설”이라며 “인간 본성과 문명의 폭력성을 그리고 있지만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소설의 애초 제목은 ‘컨택트(Contact)’였다. 인간과 다른 생물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초인 노먼과 인류의 조우를 뜻했다. 그러나 작품을 고쳐 쓰면서 노먼과 함께 여행하는 소녀 서브의 시점과 목소리가 중심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어느 날 문득 ‘에케 호모(Ecce Homo)’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에케 호모’는 ‘이 사람을 보라’는 뜻이다. 신약성서에서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의 처벌을 요구하는 군중 앞에 내보이며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서양 미술에서도 반복적으로 다뤄진 장면이다.
오 작가는 “노먼 역시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점에서 ‘에케 호모’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작품 속 ‘호모’는 노먼일 수도, 노먼을 관찰하는 소녀일 수도, 이야기 배경에 존재하는 인류일 수도 있다”고 했다. 노먼도 서브도 인류 전체도 에케호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먼의 모습에는 부모의 모습도 있다. 오 작가는 “부모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도 아이들이 잘 알아듣지는 않는다”며 “결국 아이가 배우는 것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했다. “노먼은 인간에 대한 불신까지 진심을 다해 알려주려 하지만 둘 사이엔 벽이 있죠."
문명이 무너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소설에서 노먼이 서브에게 보여주려는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다. 오 작가는 그것을 인간이 남긴 예술의 상징으로 택했다.
“인류가 만든 것 가운데 대체될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물리학이나 수학의 지식도 그렇겠지만 예술도 그렇습니다. 예술의 총체로 제시한 것이 영화예요. ‘오즈의 마법사' 영화 초반 어느 날 갑자기 오즈의 나라의 문을 여니 컬러가 펼쳐지죠. 예술이 얼마나 아름다움을 잘 전달하는지, 또 아름다움은 불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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