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퇴거' 72% 내집 마련...오세훈 "연장 요구는 비양심적 억지"

  • 오세훈 "다른 대기자도 기회 줘야...예외 두지 않을 것"

  • 시세 40% 보증금으로 평균 10년 거주…퇴거 후 72% 자가 거주

  • "연장·분양 전환 없이 2031년까지 9300호 재공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입주자의 계약 연장 요구에 대해 예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입주자의 계약 연장 요구에 대해 "예외는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서울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나온 가구의 72%가 내집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으로 거주하며 모은 돈을 자가 마련에 활용한 것이다. 내년 첫 20년 만기를 앞두고 일부 입주민들의 거주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양심적인 억지"라며 "다른 대기자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 연장이나 분양 전환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민·퇴거자 13명, 주거·부동산 전문가와 '장기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장기전세주택을 통해 주거비를 줄이고 자산을 모은 경험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공유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를 조사한 결과, 72%가 자가 주택을 마련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인 60%보다 12%포인트 높았다. 이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8년 4개월이었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셋값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무주택자가 주거비를 줄여 저축과 청약을 준비하고 내 집 마련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실제 2022년 SH 조사에서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는 매달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약통장 보유율도 83.7%였다.

오 시장은 "20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해 이주한 분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며 "먼저 나간 분들 덕분에 새로운 분들이 장기전세주택을 이용할 수 있었고, 입주민들의 자산 축적 노력이 더해져 제도의 취지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장기전세주택은 3만8296가구가 공급됐고, 누적 입주 가구는 4만5715가구다. 올해 평균 보증금은 약 2억93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의 41% 수준이다.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올해 9월까지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거한 가구는 1만5529가구로 누적 공급량의 34%였다. 이 가운데 82.4%는 집을 사거나 민간 전셋집으로 옮기기 위해 스스로 퇴거했다. 전체 퇴거 가구의 평균 거주 기간은 7년 6개월로 최장 거주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장기전세주택이 삶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줬다고 했다. 4년째 은평뉴타운에 거주 중인 김수원씨는 "퇴직 후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 월세나 다가구주택을 2~3년마다 이사 다니며 어렵게 살았다"며 "운 좋게 장기전세주택에 당첨돼 지금 집에서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모씨는 "16년간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전했다.

현 제도에 대한 보완점 등 개선의 목소리도 나왔다. 6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 입주민은 "아이들이 크면서 평수를 옮기고 싶은데, 재청약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입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면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입주민은 "재계약할 때마다 소득 기준을 검사하는데, 자산을 축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주거 사다리 역할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310호를 시작으로 20년 만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해 2031년까지 반환되는 약 9300가구를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 및 장기전세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미리내집은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을 신혼부부에 맞춰 설계한 사업으로 출산 시 최장 20년을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은 입주 후 2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고령층에 접어든 주민도 있어 기존 보증금만으로 생활권 내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당초 계약 조건과 대기 중인 다른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고려해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은 어렵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분양전환 없이 다른 무주택 시민에게 재공급하되, 기존 입주자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소득이나 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연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주거 걱정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며 "비워진 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해서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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