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의 결제주기를 현행 T+2(거래일로부터 2영업일)에서 T+1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두고 시장 참가자들이 충분한 준비와 검증을 거쳐 안정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협회는 2일 '결제주기 단축 심층토론회'를 열고 국내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의 필요성과 주요 쟁점, 시장 참가자별 대응 과제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결제주기를 하루 단축할 경우 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산 장애와 결제 불이행,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및 자금 조달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최훈 한국거래소 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은 조기 이행도 중요하지만 안정적 개편도 중요한 문제"라며 "증권사와 거래소뿐 아니라 예탁결제원, 한국은행, 한국증권금융 등 인프라 기관의 시스템과 자산운용사, 연기금,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절차까지 시장 전반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결제 불이행이 시장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상현 NH투자증권 차장은 "청산·결제는 모든 증권사 회원사가 함께 연계되는 문제"라며 "한두개 회사에서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면 시장 전반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시장 참여 주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줄 여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T+1 전환에 따른 효용보다 결제 불이행 위험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미강 SC은행 이사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T+1 결제주기 단축을 통한 효용성보다 결제 불이행 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는 "한국은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수의 규제 완화와 제도 변화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결제주기 단축까지 단기간에 도입한다면 안정적인 결제 인프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대만 금융투자협회 팀장은 한국 시장의 지리적·시간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팀장은 "극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 일본과 함께 가장 이른 시간에 거래가 시작된다"며 "시차와 환전 등을 고려하면 현행 T+2 환경에서도 결제 과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한국의 결제주기 단축 추진 과정과 로드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제 불이행을 반드시 없애야 할 위험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국내에서는 결제 불이행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불이행이 발생하면 증권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인식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전체 거래의 2~3% 수준에서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결제주기를 하루로 줄이면 결제 과정에서 조정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보다 일시적인 자금 지연이나 업무 차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결제 불이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시장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투협은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제주기 단축과 관련한 업계의 대응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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