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M.S.G는 마트(M)·스낵(S)·그로서리(G) 등 유통업계 이슈를 쉽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조미료(MSG)를 한 스푼 더해 기사 한 줄 뒤에 숨은 이유까지 맛있게 정리해드립니다.

GS25 '민음사 빵' [사진=GS리테일]
"민음사 깨찰빵 미개봉 팝니다. 편의점 9군데 돌며 오픈런 끝에 구한 겁니다."
28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판매 글입니다. 어렵게 구한 빵을 다시 내놓는 판매자. 거래 진짜 목적은 빵이 아닌 빵 봉지 안에 들어 있는 '책갈피'입니다.
GS25가 출판사 민음사와 손잡고 내놓은 '민음사빵'이 편의점에서 때아닌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매장을 여러 곳 돌아다니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생겨났고, 온라인에서는 점포별 입고 시간과 재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 비결은 빵과 함께 동봉된 책갈피입니다. 제품 안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의 표지, 문장을 활용한 책갈피 20종 가운데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3종은 GS25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 굿즈입니다. '뽑기' 요소에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모양새입니다. 과거 포켓몬빵을 사면 빵보다 '띠부띠부씰'에 열광했던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책갈피만 따로 사고파는 거래도 등장했습니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책 '레 미제라블', '동물농장' 등의 표지를 활용한 책갈피가 개당 8000원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민음사빵 가격이 2700~37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책갈피 하나가 빵값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셈입니다. 빵보다 굿즈의 몸값이 높아진,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입니다.
제품 인기는 판매량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6일 순차적으로 출시한 민음사 협업 빵 4종의 누적 판매량은 27일 기준 12만개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지난 21일 먼저 출시한 '모카번 커스터드맛'과 '깨찰빵 솔티밀크맛'은 GS25 전체 빵류 매출 1·2위에 올랐습니다.
GS25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텍스트힙(Text Hip)을 겨냥했습니다. 텍스트힙은 글을 읽는 행위를 멋지고,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는 흐름을 뜻합니다. GS25 관계자는 "최근 확산하는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춰 민음사와 협업해 상품을 기획했다"며 "문학 콘텐츠와 소장 가치가 있는 굿즈를 결합한 점이 고객들의 관심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텍스트힙 뿐만 아니라 원하는 상품이 있는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는 젊은 층의 '목적형 소비'가 이번 흥행과 맞물렸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20일 엘포인트(L.POINT) 거래 데이터를 토대로 발표한 '엘포인트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편의점은 20대 소비자에게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가는 '콘텐츠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는 특정 지식재산권(IP) 상품이나 해당 편의점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신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일부러 매장을 방문하는 성향이 뚜렷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눈에 띄는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제품부터 정한 뒤 재고가 있는 점포를 찾아가는 식입니다.
이같이 한 번 형성된 목적형 소비는 반복 방문으로도 이어집니다. 리포트를 보면 IP 상품을 3회 이상 반복 구매한 고객의 매장 방문일수는 1회 구매 고객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IP 상품을 한 번만 구매해도 전체 고객 대비 인당 구매액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화제성 높은 상품 하나가 소비자를 점포 안으로 끌어들이고, 다른 상품 구매까지 유도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물류 트럭을 따라가는 소비자의 모습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민음사빵의 초기 흥행에 힘입어 GS25는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오만과 편견'을 활용한 모카번과 허연 시인의 시집에서 이름을 가져온 '나쁜 소년이 서 있다' 깨찰빵 등 신제품 2종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잘 만든 IP 상품 하나가 빵을 팔고, 굿즈를 만들고, 소비자를 편의점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민음사빵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점주들도 뜻밖의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한 GS25 점주는 "민음사빵이 들어오는 시간을 맞추려고 물류차를 따라다니는 사람들까지 있다"며 "제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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