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의 유통맵] "오만과 편견 하나 주세요"…편의점서 '빵' 터진 이것

  • GS25·민음사·오늘의귀여움 협업 빵 대란

  • 닷새 만에 10만개 판매…입고 대비 판매율 100% 육박

  • 세계문학 책갈피 20종 '랜덤깡' 현상…중고거래도 활발

사진조재형 기자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지식재산권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지난 21일 출시한 빵 ‘사랑에 대하여’와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2종.[사진=조재형 기자]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재고가 없다고 떴는데, 혹시나 하고 편의점에 가보니 있더라고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0)가 요즘 찾아다니는 것은 한정판 운동화나 인기 캐릭터 상품이 아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이름으로 내건 GS25의 빵이다. 문학 작품의 제목을 빵 이름으로 사용하고 책 표지를 닮은 포장 안에는 세계문학 작품을 활용한 책갈피를 넣었다.
 
다소 낯설어 보이는 문학과 편의점 빵의 만남은 출시 닷새 만에 10만개 판매 흥행으로 이어지며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책과 문장을 자신의 취향으로 소비하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가 일상 먹거리까지 파고들고 있는 모양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지식재산권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지난 21일 출시한 빵 ‘사랑에 대하여’와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2종은 25일까지 10만개가 팔렸다.
 
두 제품은 출시 직후 GS25 빵류 매출 1·2위에 올랐다. 제품과 함께 동봉된 책갈피 모두 높은 인기를 끌면서 입고 물량 대비 판매율은 100%에 육박한다는 게 GS25 측의 설명이다.
 
안톤 체호프의 작품 제목을 가져온 사랑에 대하여는 모카번 커스타드맛, 문정희 시인의 시집 제목을 활용한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는 깨찰빵 솔티밀크맛이다. GS25는 26일 ‘오만과 편견’(모카번 우유크림맛),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타드맛) 2종을 추가로 내놨다.
 
흥행을 이끈 요소는 제품 내 동봉된 ‘랜덤 책갈피’다. 제품 안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작품을 활용한 15종과 시집 작품을 활용한 5종 등 총 20종의 책갈피 중 한 장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제품을 뜯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재고 찾아 편의점으로…중복 책갈피는 교환·중고거래
 
원하는 책갈피가 나오지 않으면 다른 제품을 사고, 중복된 책갈피는 다른 소비자와 교환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는 제품이나 책갈피를 구하거나 웃돈을 얹어 구매하겠다는 게시글도 등장했다. 과거 포켓몬빵의 ‘띠부씰’처럼 식품에 수집 요소를 더한 방식이 이번에는 문학 콘텐츠와 결합했다.
 
책갈피 자체가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굿즈(상품)라는 점도 주효했다. 이번 제품에 활용된 디자인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민음사가 오랜 기간 쌓아온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의 표지 디자인에 캐릭터를 결합하면서 독자에게는 익숙함을, 일반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수집 상품이라는 재미를 줬다.
 
이런 흥행 속에 소비자들 사이에는 나름의 ‘구매 요령’까지 공유되고 있다. 출근길이나 등굣길 등 이른 아침에 편의점을 찾고, 번화가보다는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점포를 노리라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GS25 앱 ‘우리동네GS’를 이용해 점포별 재고를 확인하거나 제품을 구한 매장을 공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구매한 빵과 함께 안에 들어 있던 책갈피를 찍은 인증 사진도 끊이지 않고 있다.
 
GS25가 이번 상품을 기획한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텍스트힙 트렌드가 있다. 책과 글을 읽는 행위를 넘어 책이나 문장과 관련된 상품으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소비 현상을 뜻한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뿐 아니라 도서전을 찾거나 북커버·북클립을 구매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식이다.
 
실제 책 관련 상품을 찾는 소비도 늘고 있다. 29CM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최근 3개월간 북 액세서리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W컨셉에서도 6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도서·북커버·북클립 등 책 관련 상품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 늘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사람이 몰린다. 지난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약 16만명이 방문해 지난해보다 1만명가량 늘었다. 책을 조용히 읽는 행위를 넘어 도서전을 찾고 굿즈를 사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GS25 관계자는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춰 민음사와 협업해 상품을 기획했다”며 “빵을 구매하면서 어떤 작품의 책갈피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재미와 이를 수집하고 소장하는 즐거움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지식재산권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지난 21일 출시한 빵 제품에 포함된 책갈피 사진조재형 기자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지식재산권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지난 21일 출시한 빵 제품에 포함된 책갈피.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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