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27일 발표한 'K-배터리, 위기인가 전환기인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짚었다.
최근 한국 배터리 산업의 부진은 확대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배터리소재 부문)의 영업 손실액은 각각 2078억원, 1556억원, 11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수요 확대에도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것은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온 전기차 시장과 삼원계(NCM) 배터리 중심 성장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시장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집중된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제품 측면에서는 한국의 주력 제품인 NCM 배터리의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졌다.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 점유율은 2023년 55%에서 2025년 35%로 하락한 반면 중국 기업은 같은 기간 42%에서 61%로 급증했다. 중저가형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시장 확대의 수혜를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성장축이 흔들리는 가운데 ESS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2023년 185GWh에서 연평균 19% 성장해 2035년 1449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발전량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ESS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확산도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대규모 전력망용 ESS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ESS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미국 ESS 시장은 2023년 55GWh에서 연평균 16% 성장해 2035년 32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AI 데이터센터용 UPS 시장은 연평균 47% 성장해 2035년 135GWh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시점 전력망용 ESS 시장 전망치인 156GWh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글로벌 ESS 시장은 LFP 배터리의 원료·소재 공급망과 제조원가에서 우위를 가진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2026년부터 중국산 ESS용 배터리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강제노동 관세 등을 합산한 중국산 ESS 관세율은 40.9%까지 높아졌다. 한국산 ESS 관세율인 12.5%보다 28.4%포인트 높다.
여기에 미국 현지 생산 배터리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도 유지됐고 금지외국기관(PFE) 규제로 중국 공급망을 제한하는 정책까지 도입됐다. 이에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 ESS 시장이 곧바로 한국 기업의 반전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은 여전히 LFP 제조원가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다. 다만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AMPC 유지, PFE 규제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중국산 수입제품과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제품 간 가격 격차가 크게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에 미국 ESS 시장을 K-배터리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 과제로 꼽힌다. PFE 규제가 강화될수록 셀 현지 생산뿐 아니라 소재와 핵심광물까지 포함한 탈중국 공급망 구축 여부가 미국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전략산업분석실장은 "미국 ESS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국내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며 "국내 배터리 기업의 투자 확대와 대중국 가격 경쟁력 제고라는 실효를 거두려면 국내생산세액공제에 직접 환급과 제3자 양도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세부 지침이 확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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