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조사 거부한 쿠팡…'사전 통지' 놓고 충돌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쿠팡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쿠팡은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24일까지 네 차례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쿠팡은 공정위의 현장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현장조사 전 사전 통지 의무가 있는지 여부다. 행정조사기본법 제17조는 행정기관이 현장조사를 실시하려면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쿠팡은 대규모유통업법이 행정조사기본법 적용 제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공정위가 사전에 조사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 시행 이후 현장조사를 사전에 통지한 적이 없으며 쿠팡도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받아왔다고 강조한다. 실제 쿠팡은 납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한 혐의로 올해 2월 과징금 21억8500만원을 부과받는 과정에서는 현장조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쿠팡이 이전과 달리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공정위 등의 조사 방식을 '강압적인 조사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쿠팡의 조사 거부와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본안 소송 대법원까지 가면 3~4년…조사 실효성 약화 우려
당장 쿠팡의 할인 비용 전가 의혹에 대한 조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이르면 1~2주 안에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본안 소송은 양측이 대법원까지 다툴 경우 3~4년이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원이 쿠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공정위는 앞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현장조사를 실시하기 7일 전에 해당 기업에 조사 사실을 알려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사 대상 기업이 관련 자료를 미리 폐기하거나 숨길 우려가 있어 현장조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재 수단도 제한적이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조사 거부·방해 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는 최대 2억원의 과태료에 그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쿠팡의 조사 거부에 대해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는 행정조사기본법상 적용 제외 법률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공정위는 현재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면 실태조사와는 다르지만 세계 어느 경쟁당국도 현장조사에 앞서 조사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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