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딜레마] 농업계, 200명 집결해 반발 확산…"식량안보 고려해야"

  • "가입 협상 과정서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 있을 것"

  • 농업강국 추가 가입시 피해 규모 증가

  • 전문가 "가입 이전 농업계 설득이 먼저"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24일 국회에서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24일 국회에서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인 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농축수산물 시장이 추가 개방되면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에 앞서 정부가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높은 관세 철폐율…멕시코 등 FTA 미체결 국가 농산물도 수입 가능성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어업인단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산업통상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농어업 현장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단호히 맞서고 국민 먹거리 주권과 농어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농업계 우려가 큰 이유는 CPTPP 가입 과정에서 시장 개방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CPTPP는 기존 FTA보다 회원국의 농산물 관세 철폐율이 높고 예외 조항을 설정하기도 쉽지 않다. 한농연은 "가입 협상 과정에서 기존 협정과 조정하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개방 요구를 둘러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농축수산물이 낮은 관세로 들어올 가능성도 크다. 현재 CPTPP에는 영국,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중 멕시코 등과 FTA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지만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멕시코산 고추, 아보카도 등도 우리나라에 무관세로 들어올 문이 열린다. 

먹거리 주권 약화와 식생활 안전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농연은 "농수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국내 농어업 생산 기반 붕괴는 장기적으로 국민 먹거리 주권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안전성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면 국민 먹거리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아주경제신문
[그래픽=아주경제신문]
KREI, 연간 최대 4400억원 피해 가능성…쌀 개방 여부 주요 관심
CPTPP 가입이 현실화되면 농가의 농업 소득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농산물이 관세까지 사라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 있어서다. 특히 쌀 농가를 중심으로 수입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22년 공청회에서 CPTPP 가입 이후 15년간 농축산업에서 연간 853억~4440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회원국에 농업강국이 추가로 들어오면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 KREI는 "중국이 CPTPP에 가입하면 과수와 채소 등 전 농업 분야에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수입 확대는 농가의 농업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업소득은 △2021년 1296만원 △2022년 949만원 △2023년 1114만원 △2024년 958만원 △2025년 1171만원 등으로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은 농업 소득 증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입산 쌀의 국내 유통 여부도 농가의 주요 관심사다. GSnJ 인스티튜트는 2022년 보고서에서 "쌀 수출 강국인 베트남이 우리나라 시장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한-베트남 FTA에서 우리나라는 쌀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CPTPP 가입협상에서 베트남과 진행할 양자 시장접근 협상이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에 앞서 정부가 농업인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한호 서울대 명예교수(농경제학과)는 "2015년 한-중 FTA 당시 만들어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30% 수준에 머물렀다"며 "정부가 그 실체를 직시하고 농업인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 시대에서 선진국들은 농업을 국방 산업처럼 안보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농장·식품·국가안보법'을 추진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농어업계와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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