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과 투자 사업 부문을 분리하며 성장 구조 재편에 나섰다. ‘카카오AI’와 ‘카카오X’가 각자 사업과 투자에 집중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AI 경쟁에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복합기업 구조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21일 오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의 인적분할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AI와 카카오X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신설법인 카카오AI는 정신아 대표 체제로 카카오톡과 AI·광고·커머스 사업을 맡고, 존속법인 카카오X는 김도영 대표 체제에서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계열사의 성장 지원과 신규 사업 투자를 담당한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번 분할과 관련해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카카오AI와 카카오X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카카오는 사업 구조는 둘로 나누되 ‘하나의 카카오’ 기조 아래 플랫폼과 계열사 간 협업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분할 이후 카카오AI와 카카오X는 독립적으로 경영하지만 기존 플랫폼과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업은 계속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6월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정 대표는 노사 갈등과 서비스 전략 우려 속에서 ‘다시 하나의 카카오’를 강조하며 프로덕트 조직을 재정비하고 AI 사업 실행력 강화에 나섰다. 인적분할이 시행되는 내년까지 기존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자회사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본업에 투입해야 할 경영자원이 분산됐다고 판단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시장에서는 2~3년간 AI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를 사업화하고 사업 모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며 “반면 카카오 본체의 경영자원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쓰여왔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카카오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23건 중 약 85%가 자회사 관련 사안이다. 최근 1년간 내부 투자심의 안건 32건 가운데 84%도 자회사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AI는 AI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며 시장의 재평가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지금 AI 사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B2C AI 서비스의 선도주자가 되는 중요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기업가치 재평가도 이번 분할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카카오는 AI·플랫폼과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처럼 성격이 다른 사업이 한 회사에 묶이며 복합기업 할인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최근 3개월 간 카카오의 평균 시총은 16.8조”라며 “국내외 증권사가 평가하는 카카오의 개별 사업 부문들의 모든 합산은 34.2조로 평가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50% 이상 평가 절하돼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2030년을 기준으로 한 양사의 목표도 제시했다. 카카오AI는 AI 일간활성이용자(DAU) 2000만명 이상, 매출 6조원 이상, EBITDA(상각전영업이익) 2조원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이 가운데 AI 관련 매출은 1조원 이상으로 키운다. 카카오X는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주요 사업 매출을 2025년 약 5조 6000억원에서 2030년 1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본체와 자회사의 약 6조 4000억원 투자재원을 활용해 가상자산·피지컬 AI·글로벌 팬덤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김범수 창업자와 케이큐브홀딩스 등 주요 주주의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기존 주주들이 분할비율에 따라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각각 배정받는 만큼 양사에서도 기존과 같은 지분율을 유지하게 된다.
한편 이날 인적분할 발표를 앞두고 카카오 내부에서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전날 오후 6시 카카오가 임직원들에게 오픈톡 일정을 공지하면서 내부에서는 지주사 전환이나 AI 사업 분사나 계열사 매각설, 심지어는 일부 사업부의 네이버와의 합병 등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면서다.
다만 개편 내용이 공개된 이후에는 내부 분위기도 다소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 커머스, AI, 광고 등 본사 주력 사업과 인력 대부분이 카카오AI로 넘어가 사실상 기존 카카오 본체가 카카오AI로 이어지는 구조로 이어지게 되면서다. 카카오 역시 인적분할 이후에도 기존 직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그대로 승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며 ‘공동교섭’ 형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노조는 이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사측으로부터 발표 내용과 관련한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노조 측은 “인적분할 이후 의사결정 구조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법인별 교섭만으로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는 12월 임시주주총회 전까지 이번 분할이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의 고용과 노동조건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노조와 협의할 것도 요구했다. 오는 26일에는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공동교섭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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