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법관 서면 제청' 조희대의 몽니, 사법 파행 책임져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동의권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정교한 견제와 균형의 산물이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이 관례를 완전히 무시하고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서면 통보 방식으로 신임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것은 사법부 독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행정부와 정상적인 국정 협의를 거부하고 헌법적 협치의 틀을 스스로 무너뜨린 매우 우려스러운 독단적 행태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5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던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60·사법연수원 22기)를, 오는 9월 퇴임 예정인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7·24기)를 각각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대법원은 전문적 법률 지식과 공정한 판단 능력,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영남 지역 법원에서 오랫동안 재판을 맡아온 손 부장판사와 전남 출신인 김 부장판사 모두 비(非)서울대 출신에 현직 법관이라는 점에서 정치색이 옅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제청의 핵심 문제는 후보자 인물 자체보다 전례 없는 절차 무시와 일방적 방식에 있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국가 수반이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직접 찾아 면담하며 신임 후보 인선을 사전에 밀도 있게 조율해왔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 충돌을 방지하고 상호 존중을 다지기 위한 엄중한 헌법적 협력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방적인 서면 제청으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패싱했다. 19일 오전 출근길 취재진의 질문에도 “수고하십니다”라는 짧은 인사말만 남긴 채 입을 닫아버린 조 대법원장의 모습은 논란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무책임의 전형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은 격앙되어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씨는 사법 농단을 저지르고 있다” “유리창 깨고 퇴학시켜 달라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이자 광복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며 당장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야권 일각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소신 있는 결단이라고 두둔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정면충돌하는 갈등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문제는 대법관 인선 공석이 이미 반년가량 길어지면서 그 피해가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5개월이 넘도록 후임 제청을 미루다 전격 강행한 탓에 대법원 재판 지연과 법원 기능 마비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기싸움 끝에 기습 제청을 던지면서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파행은 더욱 불 보듯 뻔해졌다. 

결국 사법부 수장이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인선 파행을 초래하여 상고심 재판을 받지 못하는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볼모로 잡은 셈이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를 패싱한 배경에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과 청와대가 검토를 바랐던 진보·여성 법조인 카드(김민기 고법판사 등)를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적 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억지로 감행한 서면 통보는 명분도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겉포장 뒤에 숨어 자기 고집만 피운 불통의 전형이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기와 자존심을 앞세워 헌법적 절차를 무너뜨리는 태도를 계속 고집한다면 사법부 파행과 국정 혼란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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