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
1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KAI 지분 15.89%를 확보하며 항공·우주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대 주주로서 KAI와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의 지분 보유 목적도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보로 한화가 이른바 '한국판 록히드마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린다. 국내 기술로 제작된 초음속 전투기 KF-21 양산 과정에서는 KAI가 체계종합과 기체 제작을 맡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을 바탕으로 전투기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을 공급한다. 한화시스템은 전투기의 '눈' 역할을 하는 능동형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장비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향후 한화가 KAI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전투기 체계종합부터 엔진과 레이더 등 주요 구성품까지 하나의 그룹 안에서 연결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KAI가 가진 우주사업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항공·우주 분야의 전후방 가치사슬을 연결해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완성 무기체계뿐 아니라 유지·보수와 후속 군수지원 등을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수출'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대형화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위아가 방산 부문인 특수사업부를 올해 연말까지 현대로템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이관이 마무리되면 현대로템은 K2 전차 완성체와 핵심 화포를 한 회사 안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 같은 확장 추세는 과거 비주력 사업까지 무차별적으로 넓히던 '문어발식 확장'과 달리 기존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형태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대형화의 두 얼굴 "공급망 축소 우려"
방산 대형화가 반드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고 핵심 기술과 부품이 한곳으로 집중될수록 시장 내 경쟁이 제한되고 공급망이 특정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발간한 '방위산업 기반 내 경쟁 현황' 보고서를 통해 방산업계 통합이 공급 업체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감소 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냉전 이후 누적된 미국 방산업계의 통폐합으로 주요 항공·방산 원청업체는 1990년대 이후 51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되는 미사일의 90%가 3개 공급원에 집중될 정도로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미 국방부는 이 같은 시장 집중이 공급망 회복력뿐 아니라 가격과 혁신 측면에서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전투기 시장에서는 기체와 엔진 개발을 서로 다른 전문업체가 맡는 분업 구조가 수년째 이어져 왔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프랑스 다쏘 등이 전투기를 엔진은 GE에어로스페이스와 롤스로이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한화그룹이 KAI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자 첨단 항공 엔진 개발까지 성공할 경우 국산 전투기의 기체와 엔진을 하나의 그룹에서 제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수출 통제에서 기술 자립을 앞당길 수 있지만, 막대한 개발비와 수요처 확보는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당장 수년간 항공엔진 시장에서 경쟁력을 축적한 GE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현재 KF-21에 탑재되는 F414-GE-400K 엔진은 GE에어로스페이스의 F414 계열을 기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면허생산하는 실정이다. 국산 기술 개발을 선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술력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운영 실적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방산기업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대형화에 따른 시너지뿐 아니라 시장 경쟁 제한이나 공급망 집중 등 우려되는 부분도 다각적으로 검토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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