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때마다 라면과 김은 꼭 사가요. 이번에는 친구들이 부탁한 과자도 여러 개 샀어요.”
11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일본에서 온 관광객 사토미(34)씨는 라면과 김, 과자를 장바구니에 연달아 담았다. 그는 “공항 가기 전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를 쇼핑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이곳에 들렀다”며 “일본에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도 나눠주려고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장바구니에서 K-푸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화장품과 명품 중심이던 쇼핑 목록에 라면·김·과자·음료 같은 한국인의 일상 식품이 깊숙이 들어왔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이 1071만명에 달하고 관광 소비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K-푸드가 방한 관광의 핵심 소비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80.1%가 여행 중 쇼핑을 했다. 식도락 관광이 79.2%로 뒤를 이었고 자연경관 감상은 57.2%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구매한 품목 가운데 식료품은 56.9%로 향수·화장품(75.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의류 49.1%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식료품 구매율은 지난해 2분기 54.0%에서 2.9%포인트 높아졌다. 화장품 중심이던 외국인 쇼핑 수요가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한 관광객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0만99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도 26.9% 많다.
화장품 다음은 식료품…외국인 쇼핑 동선, 마트·편의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장소도 대형 쇼핑몰과 편의점 등 일상 유통 채널로 넓어지고 있다. 올 2분기 외국인 관광객의 대형 쇼핑몰 이용 비율은 40.7%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4%보다 2.3%포인트(p) 상승했다. 편의점 이용 비율도 20.4%에서 24.8%로 4.4%p 올라갔다.
실제 구매 데이터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롯데멤버스가 2025년 4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방한 외국인 소비 패턴을 분석한 ‘엘포인트 외국인 관광객 소비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외국인 판매량 1위 상품은 ‘팔도&양반 미역국라면’이었다. 롯데웰푸드의 ‘제로 후르츠젤리’와 ‘제로 크런치 초코볼’, 제로 카카오케이크 등도 상위 5개에 포함됐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제품뿐 아니라 한국 유통채널에서 여행 중 처음 접한 먹거리까지 구매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 소비에서도 K-푸드 선호가 뚜렷했다. 부산 지역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이용한 외국인 중 대만 관광객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대만 관광객의 구매 비율은 스낵 81%, 봉지라면 69%, 김 가공품 61%로 집계됐다.
관광객의 관심은 실제 수출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은 53억8190만 달러로 전년보다 5.0%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권역별로는 중동이 25.2%, 중남미 19.5%, 유럽 17.9%, 북미 11.0% 등 순이었다. 특히 라면을 비롯해 과자·음료 등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정부도 K-푸드 인기를 지역 관광으로 연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4년부터 장류·김치·인삼·전통주 등을 지역 관광자원과 묶은 ‘K-미식벨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치킨과 삼계탕, 닭강정 등 전국의 닭요리를 지역 명소와 연계하는 ‘K-치킨벨트’를 추가했다. 지난 6월에는 전국 치킨·닭요리와 전통주, 관광지를 한데 모은 지도도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유명한 대표 상품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실제로 즐기는 식품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의 구매 경험이 귀국 후 재구매와 현지 수요로 이어질 수 있어 식품업계에서도 방한 관광객을 중요한 해외 소비자 접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GS25를 이용하고 있다.[사진=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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