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역내 생산 차량을 우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일본 자동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업체들은 유럽에 파는 전기차 대부분을 EU 밖에서 만들고 있어,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수정안 제출 마감을 앞두고 막판 설득에 나섰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EU가 논의 중인 산업가속화법(IAA)안은 전기차 부품의 70%(금액 기준)를 EU산으로 채우고, 차량도 EU 역내에서 조립하도록 요구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기차는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안은 아직 심의 중이며, 유럽의회 의원들의 수정안 제출 시한은 30일이다.
EU가 역내 생산을 우대하려는 배경에는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공세가 있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이노베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11.5%로 높아졌고, 판매량은 전년보다 1.9배 증가했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유럽의 '컴퍼니카' 시장이다. 컴퍼니카는 기업이 직원에게 업무용이나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컴퍼니카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법안이 현재 형태로 통과되면 EU 밖에서 만든 전기차는 관련 혜택에서 빠져 기업의 차량 선택에서 밀릴 수 있다. 개인이 역외 생산 전기차를 구매할 때도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EU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은 일본산 제품은 예외 적용이 예상됐지만, 현재 법안에서 전기차는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하이브리드차에만 의존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까지 신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90% 줄이는 별도의 규제안을 제시했다. 닛케이는 막대한 벌금을 피하려면 유럽 신차 대부분을 전기차로 바꿔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유럽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의 비율이 지난해 18%에서 2035년 8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차는 현재 유럽 신차 시장의 10%를 조금 넘게 차지하지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약 2%에 그친다. 일본 업체들은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려면 전기차 현지 생산을 확대해야 하지만, 생산시설을 단기간에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자동차업체 고위 관계자는 법안이 현재대로 통과되면 유럽 사업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일본 정부와 업계는 유럽의회에 법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자동차공업회와 일본 정부,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의 유럽 현지법인 관계자들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 최대 교섭단체인 유럽국민당(EPP) 소속 주요 의원들을 만났다. 니시카와 가즈미 경제산업성 심의관은 일본이 법안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받으면 일·EU 경제안보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수정안에 일본 자동차업계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수정안을 토대로 올해 12월까지 각각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3월까지 EU 집행위원회가 참여하는 3자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채택되면 법안은 이르면 2028년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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