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2주 연속 둔화한 가운데 수원 영통과 용인 수지, 성남 수정 등 경기 남부 지역이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로 밀려난 실수요가 교통·산업 기반을 갖춘 경기 남부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고가주택 세 부담을 강화하는 정부 세제 개편이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과 보유 부담이 낮은 경기 남부로 수요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집값 상승폭 2주째 축소…강남 매수심리 ‘뚝’
7일 KB국민은행 KB부동산이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8% 상승했다. 수도권은 0.17% 올랐고 지역별로 서울 0.23%, 경기 0.17%, 인천 0.0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과 수도권 모두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오름폭은 한 주 전보다 줄었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27일 0.11%에서 이달 3일 0.08%로, 수도권은 0.22%에서 0.17%로 각각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주 연속 둔화했다. 지난달 13일과 20일 각각 0.34%를 기록한 뒤 27일 0.32%, 이달 3일 0.23%로 낮아졌다. 여름 휴가철에 접어든 데다 단기간 가격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세제 개편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보인 영향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용산구와 서초구의 상승률이 각각 0.01%와 0.02%에 그쳤다. 서울 핵심지에서 가격 상승세가 약해진 반면 중저가 지역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매수 심리 역시 위축됐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84.6에서 81.9로 2.7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100에 미치지 못할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권역별로는 강북 14개 구가 91.0에서 89.4로 1.6포인트, 강남 11개 구가 78.9에서 75.2로 3.7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강남권의 지수 하락 폭이 강북권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서울 아파트값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추격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는 약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영통·수지·수정 상승률 상위권…전셋값도 함께 올라
반면 경기에서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수원 영통구는 한 주 동안 0.91% 상승해 서울과 경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남 수정구와 용인 수지구도 각각 0.63% 올랐고 수원 장안구 0.60%, 화성 병점구 0.57%, 성남 분당구 0.3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수원 영통구는 반도체벨트 배후 주거지로 꼽히는 망포동 주요 대단지와 영통동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다만 매도자들이 가격을 계속 높이면서 매수 문의는 감소하고 관망 분위기도 짙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매수에 필요한 자금 부담이 커지자 출퇴근이 가능하면서도 자체적인 산업·교통 호재를 갖춘 남부권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남부의 강세는 전세시장에서도 확인됐다.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전체적으로 0.13% 상승한 가운데 용인 수지구가 0.43%, 화성 병점구가 0.42% 올랐다. 수원 장안구와 성남 수정구도 각각 0.31%, 0.26% 상승했다. 일부 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거주 수요도 이들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함께 오르는 양상이다.
세제 개편 전 이미 남부권 강세…서울 이탈 실수요 향방 주목
시장에서는 개편안 시행으로 경기 남부 지역에 대한 실수요 이동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고가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 부담이 커지고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 혜택이 줄어들면 서울 고가주택을 정리하거나 매수를 포기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과 세 부담이 수도권 내 상급지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서울 접근성이 양호하고 주거 선호도가 높은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수정, 수원 영통 등도 우선적인 수요 유입 지역으로 거론된다. 이들 지역은 서울 대체지인 동시에 반도체 산업과 광역교통망 등 자체적인 가격 상승 요인을 갖추고 있다.
다만 세제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이 전체 주택 거래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서울 고가주택 매도자가 곧바로 경기 주택 매수자로 전환되지 않고 매각과 매수 모두 미루면 경기 남부 역시 단기간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 실제 경기 매수우위지수도 60.4에서 59.0으로 1.4포인트 하락해 가격 상승과 달리 매수 심리는 신중해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남부의 상승세는 서울과의 가격 차이, 대출 한도, 산업·교통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세제 개편으로 서울 고가주택 보유 부담이 커지면 서울 통근이 가능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남부권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미 호가가 빠르게 오른 지역은 매수자의 가격 저항도 커지고 있어 세제 개편 이후 실제 거래량과 수요 이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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