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이어져 온 검찰의 수사권은 장장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법조계와 정치권은 보완수사권 폐지 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향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개편된 후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10월부터는 모든 사건을 사법경찰관(경찰·중대범죄수사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며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직접적인 강제수사나 새로운 수사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검사가 오직 기존 수사기록과 법정 심리만으로 공소사실이 진실임을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피고인 측이 재판 과정에서 기존 수사기록의 허점을 파고드는 새로운 증거, 알리바이, 혹은 완전히 다른 사실관계를 제시할 때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현장 조사나 계좌 추적, 압수수색 등의 수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사 기능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라면 검사는 새로운 의혹이나 피고인 측의 반박을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닐 수 없고 오직 이미 제출된 서류(기록) 안에서만 답을 찾아야 하므로 법정 공방에서 주도권을 잃기 쉽다.
또한 재판에서는 서류로 적힌 수사기록보다 법정에서의 직접 증거 조사와 증인 신문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증인이 법정에 나와 입장을 번복하거나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날카로운 반대 신문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릴 때 검사가 수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거나 추가 수사를 통해 이를 보강하지 못했다면 기록상의 문구만으로는 법관에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주기 어렵다. 때문에 검사가 직접 수사나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피고인 측의 반박이 거세게 들어올 경우 기존 수사기록만 의존하여 공소사실이 진실임을 입증해내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또한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도입된 보완수사 요구권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앞으로는 경찰이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6대 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는 중수청이 담당하고, 고위공직자 범죄는 공수처가 우선적인 수사권을 가진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송치해도 공소청 검사가 기소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된다.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은 1개월 내에, 검사가 승인하면 2개월 내에 보완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재송치해야 하지만 공소청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는데 여기에는 횟수 제한이 없어 사건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사법경찰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건도 많기에 1~2개월 만에 보완수사를 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극도의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는 아무도 모를 것 같다. 물론 경찰이 열심히 하겠지만 기업의 기술 탈취 수사나 대형 금융사기, 주가 조작 사기 등 경제·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굉장히 수사 역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그간 이런 쪽 사건들을 해본 적이 없고 현재 일선 경찰들도 경제 범죄를 맡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외에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여성인권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입장문을 통해 "부실 수사 등 수사 절차상 하자를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다투도록 부담을 떠넘겼다"며 "수사 진행 상황 통지와 불기소 전 의견 청취, 공판 단계 피해자 참가 제도 등 피해자 권리 보장 방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검찰 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머지않아 헌법재판소에서 형소법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상당수 검사가 형소법의 조기 개정을 목표로 헌재에 권한 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고명수 서울대 법전원 교수를 비롯해 전·현직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도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안을 반대해 온 국민의힘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 등 추가 법률 대책을 준비함과 동시에 이날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선언했을 때 대한민국이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법조계를 비롯해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만 더 좋은 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는 공소 제기·유지에 전념하고 수사는 온전히 수사기관이 담당하게 된다"며 "수사기관이 서로 사건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피해자 권리도 더욱 두텁게 보호했다"고 설명하며 야당에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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