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14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6월 말 1549.4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25.4원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컸던 2009년 3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달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도 8.81%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30일 1418.0원까지 내려가며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환율 급락에는 외환시장 수급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관련 자금과 수출기업의 네고 물량이 나오면서 달러 공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해 한·미 금리 차가 좁혀진 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이달에는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둔 기업의 원화 환전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단기 요인에 따른 환율 하락이 중장기적인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상인증권이 2022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환율 변동 요인을 분석한 결과 경상수지 흑자는 원·달러 환율에 29%포인트의 하락 압력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는 29%포인트의 상승 압력을 만들어 이를 사실상 모두 상쇄했다. 상상인증권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위험 프리미엄까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경제 기초여건과 실제 환율 사이의 괴리도 커졌다. 생산성과 교역조건, 순대외자산, 실질금리 차 등을 반영한 원화 가치는 균형 수준보다 약 26% 저평가된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등을 고려하면 원화의 균형 가치는 강세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실제 원화 가치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환율이 균형 수준에서 벗어나더라도 약 14개월의 반감기를 거쳐 되돌아왔지만 2020년 이후에는 이 같은 복원력도 약해졌다.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와 기관·기업의 해외자산 매입 등이 구조적인 달러 수요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상상인증권은 한국이 무역흑자와 해외투자가 함께 이어진 독일과 유사한 경로를 밟으면 원·달러 환율이 1430~1485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중심의 대규모 무역흑자와 해외자산 축적이 동시에 진행된 대만의 경로를 따르면 2030년까지 1500원대에서 1600원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두 시나리오 중 어느 쪽을 따르더라도 과거보다 높은 환율이 이어진다는 결론은 같다"며 "의미 있는 원화 가치의 절상은 무역흑자의 크기가 아니라 외화 재유출 속도가 꺾이고 내·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생길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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